ADVERTISEMENT

새한, 계열사 축소와 소유·경영 분리로 구조조정 계획

중앙일보

입력

새한이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의 핵심은 계열사 축소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자본금을 확충해 오너 일가의 지분을 줄이고 이영자 회장 등의 퇴진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계열사 통합.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이 스스로 하기 힘든 점을 감안해 세계적인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KPMG에 전권을 위임한 점도 특이하다.

◇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겠다〓주력사인 (주)새한의 재무구조는 지난해 말 자산 2조1천억원, 부채 1조5천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백57%다.

그룹의 전체 부채는 2조1천억원으로 상장사인 새한미디어가 5천1백억원 정도다.

최정덕 대표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데 대해 "섬유경기의 불황도 있었지만 총자산에 비해 자본금이 적어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며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자본금이 늘어나 오너의 지분이 줄어들면 전문경영인의 활동 영역이 커지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새한의 주거래은행인 한빛은행 김상배 대기업금융부장은 "신규 자금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새한 자체내의 유동성으로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KPMG 유홍열 상무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시장상황이 바뀜에 따라 새한이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는데 있다" 면서 "새한의 재무.영업구조를 파악한 뒤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겠다" 고 말했다.

새한측은 KPMG가 손잡은 것은 새한의 구조조정이 성공하리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1천억~2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한 관계자는 "KPMG가 자금 유입을 전제로 계약했다" 며 상당액의 국내외 구조조정기금이 새한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KPMG 가이 오담스 부사장은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해 단기채무의 구조를 바꾸겠다" 면서 "KPMG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계열사 지분과 무수익 자산을 매각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새한이 지금 단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이 상황을 극복하면 충분히 건실한 수익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KPMG는 새한의 구조조정 및 기업 재무 컨설팅을 통해 '자발적'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주)새한의 부채 1조5천억원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은 1조2천억원이며, 그 47%인 6천억원 정도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부채다.

◇ 오너는 경영에서 손뗀다〓창업주(고 李昌熙 회장)의 미망인인 이영자 회장은 곧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李회장의 장남 이재관 부회장은 전문경영인 회장이 들어설 때까지만 경영에 관여한다.

전문경영인 회장 영입 시기에 대해 崔대표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 경험이 있고 재무분야를 잘 아는 사람을 영입할 것" 이라며 "SK(주) 박종률 고문이 물망에 올랐는데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새한은 또 이사진 14명 가운데 6명을 사외이사로 충원하고, 사외이사로 구성한 감사위원회를 통해 최고경영진이 독단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다.

한편 이재관 부회장의 사재출연 여부에 대해 새한의 고위 관계자는 "李부회장이 그룹이 어려워진데 대해 오너로서 책임을 느끼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개인재산을 내놓겠다고 말했으나 아직 최종 결심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고 설명했다.

◇ 계열사를 대폭 줄인다〓12개 계열사 중 3개사만 남고 나머지 9개사는 매각.합병.분사된다.

崔대표는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를 정리하겠다" 며 "회사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고 말했다.

수익성.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계열사를 순리대로 정리할 예정이며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崔대표는 직원당 노동생산성과 매출액은 국내 최고 수준이어서 구조조정기금만 들어오면 재무구조가 우량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악성 루머가 나돈 뒤 예정에 없던 부채상환 요구가 있었으나 모두 처리했다" 면서 "앞으로도 갚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