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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상기후에 무너진 북한 … 이어진 세계 재앙 도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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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기후 대전
귄 다이어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362쪽, 1만5000원

북한이 무너졌다. 이상기후에 따른 대기근 때문인데, 직접적 원인은 석유를 대주던 중국. 그들이 현금 결제를 요구하자 정권의 대붕괴로 이어졌다. 그게 2020년 봄, “한국인이 75년 동안 꿈꿔온 일”(311쪽)이었지만, 재앙이기도 했다. 곡물 73%를 수입하던 식량수입국 한국은 2천3000만 인구까지 끌어안았는데, 15년 뒤 더 큰 시한폭탄이 터져 동북아가 난리다.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 [중앙포토]

 2035년, 이번엔 중국 차례다. 지구온난화로 식량과 물을 못 구하던 5억 인구가 베이징 정부를 붕괴시킨 것이다. 대륙은 내란상태로 빠져들며 군벌할거와 농민소요가 반복됐다. 『기후 대전』이 묘사한 기후온난화에 따른 지구촌 디스토피아 전망의 일부다.

 실은 유럽도 붕괴 직전이다. 중국 붕괴 1년 뒤 유럽연합(EU)이 해체됐다. 지중해 연안 국가와 북아프리카의 기아 난민이 국경을 넘어 남유럽을 덮친 탓이다. 거대한 난민 수용소로 변한 것만큼 고약한 건 일촉즉발의 핵전쟁이다. 스페인·터키는 프랑스·독일 등 북유럽권에게 식량을 나누지 않으면 핵을 사용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최소한의 식량과 물을 확보해둔 미국·캐나다는 형편이 좀 낫지만 국경을 넘어 쏟아지는 멕시코 난민이 또 다른 골치다.

 충격의 시나리오는 이 책의 내용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한 게 아니다. 첫머리부터 끝까지 그런 내용으로 가득하다. 초점은 기후변화는 세계 정치·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로 모아진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세계정치는 끓는점에 도달한다. 기후 난민, 국가 시스템 파탄, 식량과 물을 둘러싼 충돌은 급기야 전지구적 위기로 확대된다는 경고다.

 뜨거워지는 세상에서 기후변화는 이제 정치·군사의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군사지정학자. 영어권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그의 예측은 공포를 확대시키려는 재앙 예언이 아니라 책임 있는 미래 예측일 것이다. 하지만 냉정해지자. 지구온난화 자체가 아직은 논란거리다. 그걸 주장한 책이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동아시아)이다.

 권위 있는 대기학자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가 함께 쓴 이 책에 따르면 온난화란 학문적 근거 없는 녹색종교 내지 환경신앙일 뿐이다. 지구온난화에 의심을 품으면 대뜸 ‘눈먼 개발론자’로 비판하는 생태주의자들의 행태조차 실은 비학문적이지 않던가. 진실은 뭘까. 그들에 따르면 지구가 1500년 주기로 변동을 하는데, 지금 우리는 한복판에 서있다고 보면 된다.

 어쨌거나 온난화론 선봉에 서있는『기후 대전』 시나리오는 일단 경청해볼 만하다. 물 폭탄, 폭염, 게릴라성 호우에 당혹스러운 우리는 심정적으로 온난화 주장에 끌리는 것도 사실이다. 단 이 책은 진부한 논리를 쇼킹하게 포장했다는 혐의도 없지 않다. 만일 그렇게 본다면 미래 전망서로 매력적인 제3의 책도 함께 접해야 한다. 과학자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김영사)가 그것이다. 이 책은 온난화를 뭐라 했을까. 한마디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난리 치지 말라는 조언을 담았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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