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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형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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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홍순상

이번에도 선배가 이겼다.

 홍순상(30·SK텔레콤)이 23일 경기 여주의 캐슬파인 골프장에서 매치플레이로 벌어진 먼싱웨어 챔피언십 32강전에서 대원고등학교 후배 박상현(28·앙드레김골프)을 꺾었다.

 32강전이었지만 결승전에 버금가는 치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랭킹 1위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가 불참한 가운데 상금랭킹 2위인 박상현과 3위인 홍순상이 대결했기 때문이다. 박상현은 홍순상과 매우 친하지만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겪은 가장 큰 수모를 2009년 KPGA 챔피언십 연장에서 홍순상에게 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전 두 선수는 “스포츠맨십이 뭔지 보여주겠다”고 했으나 어린 아이도 넣을 거리가 아니면 컨시드는 주지 않았다. 톱 랭커의 경기인 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홍순상이 1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박상현은 2, 3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역전시켰다.

 팽팽하던 경기는 6번 홀(파5)에서 기울었다. 길이가 608야드나 되고 페어웨이가 두 번 휘어진 홀이다. 그린 바로 앞에 연못이 있어 쉽지 않은 홀. 두 선수는 두 번째 샷을 한 뒤 모두 어려움에 빠졌다. 홍순상의 공은 경사 30도가 넘는 오르막 경사에, 박상현의 공은 카트도로 턱에 걸쳤다.

 홍순상이 훨씬 불리해 보였다. 그린까지 170야드 정도로 거리가 멀고 그린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박상현은 웨지 거리였다.



 홍순상의 세 번째 샷은 연못과 그린 사이에 떨어졌다. 박상현은 드롭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치기로 결정했다. 드롭을 하려면 경사지에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쁜 결정이었다. 내려치는 순간 클럽 헤드가 도로에 걸리는 바람에 토핑성이 됐고, 공은 그린을 넘어갔다. 홍순상은 오르막, 박상현은 내리막 칩샷을 남겼다. 기분이 좋아진 홍순상은 이 칩샷을 그대로 홀인시켜 도망갔다. 홍순상은 10, 14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2홀 차로 승리를 확정했다.

 매치플레이는 심리전이다. 홍순상이 박상현을 압박한 것은 아니지만,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한국 골프계여서인지 선배들의 승률이 높았다. 동갑 선수끼리 한 두 경기를 뺀 열네 경기에서 나이 많은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아홉 차례였다. 연장자의 승률은 67%였다.

 홍순상은 24일 열리는 16강전에서 장타자 김대현(23·하이트)과 경기한다. 김대현은 양지호(22·토마토저축은행)에 2홀 차로 이겼다. 캐슬파인은 페어웨이가 좁아 김대현과 궁합이 맞는 코스는 아니었지만 7번 홀(342야드)과 9번 홀(340야드)에서 그린 주위까지 보내는 티샷으로 상대를 압도해 승리했다. 골프전문 채널 J골프가 오후 2시30분부터 중계한다.  

여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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