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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송성문씨 80세로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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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선생님께서는 지난 50년간 한국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실. ‘성문영어’ 시리즈의 저자인 고 송성문(80·본명 송석문·사진)씨의 빈소가 마련된 이곳에서 박용수(67)씨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1963년 마산고 3학년 재학 시절 담임교사였던 송씨를 만나 영어에 빠져들게 됐다는 박씨는 고인의 별세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다.

 송씨는 2003년 간암 판정을 받은 이후 8년간 투병해오다 병세가 악화돼 22일 오후 4시 30분 숨졌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날 저녁부터 박씨와 같은 초로(初老)의 제자들이 노(老) 스승을 기억하며 속속 모여들었다. 경동고·마산고·부산고·서울고 출신의 제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인과 고인의 역작 ‘성문영어’를 회상했다.

 평북 정주 출신으로 신의주교원대를 나온 송씨는 6·25 전쟁 때 통역장교로 근무하면서 영어 검정고시 중등·고등과정에 합격했다. 이어 부산 동아대를 졸업한 뒤 부산고와 서울고 등에서 교사로 일했다.

 송씨가 1967년 처음 펴낸 『성문종합영어』(당시 정통종합영어)는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판매됐다. 문법과 독해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76년 성문출판사가 출범하면서 제호가 ‘정통’에서 ‘성문’으로 바뀌었다.

성문 기본·핵심·종합영어 등으로 이뤄진 ‘성문영어’ 시리즈는 한때 1년에 3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70~90년대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의 바이블’로 통했다.

특히 성문종합영어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 본고사 입시에 이 책의 지문이 그대로 나오면서 유명해졌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 개인적으로 수집한 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공로로 2003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발인은 24일 오전 6시. 유족은 부인 오화순 씨와 장남 철(성문출판사 대표), 차남 현(미국 거주), 딸 미선씨가 있다. 장지는 경기도 파주 동화경모공원.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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