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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佛 "유럽 합중국 건설"

중앙일보

입력

유럽이 시장과 경제의 통합 차원을 넘어 단일 연방을 구성하고 연방정부가 유럽 전체를 통괄하는 '유럽 합중국' 건설의 시동을 걸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12일 유럽이 이제 느슨한 형태의 연합에서 확고한 연방으로 발전해야 할 단계에 도달했으며 단일 헌법.단일 정부.단일 의회로 구성된 유럽연방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유럽연방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유럽 전체 주민의 직접선거로 단일 대통령을 선출하고 중앙정부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완전한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동유럽 확대정책을 이끌어 온 피셔 장관은 또 "자격 요건을 갖춘 모든 나라를 EU 체제로 받아들여 유럽통합을 완성해야 할 것" 이라고 덧붙여 동유럽을 포함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유럽 합중국은 50년 전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탄생에서 비롯된 EU의 궁극적 목표였다.

올초 EU 정상회담에서도 유럽의 장래에 대한 비전 제시?위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원칙적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워낙 원대한 계획인 데다 국가 주권의 개념 정립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 지금까지 산발적인 논의에 그쳐왔다.

그러나 프랑스와 함께 유럽 통합을 주도해온 독일 정부가 유럽연방공화국 창설을 공식제의하고 나섬으로써 유럽의 정치.행정 통합 논의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의 언론들은 유럽연방 창설 논의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베를리너자이퉁.디벨트.빌트자이퉁 등 대부분의 신문은 피셔 장관의 제안을 "용감하고 현실적인 것" 으로 평가하며 유럽연방 창설 논의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조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르피가로.리베라시옹 역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독일.프랑스와 함께 유럽의 3대 축이면서도 유럽통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영국은 독일.프랑스의 패권주의적 유럽통합 기도를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더타임스는 "독일이 영국을 고립시키도록 위협하고 있다" 고 비난했으며 영국 언론 중 EU에 가장 호의적인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독일의 제안이 영국의 유럽통합 회의주의를 더욱 공고히 할 위험이 있다" 고 지적했다.

따라서 영국이 유럽통합에 소극적인 아일랜드.덴마크 등과 연계, 사사건건 반대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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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구상에서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고한 유럽통합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고 있는 만큼 유럽연방 건설 논의는 어떤 형태로든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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