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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정규직에게 연봉 7500만원 제의한 업체,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유명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최근 한 사교육업체로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학원 측은 이직(移職)조건으로 현재 연봉(37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7500만원을 제안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351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60개 대학의 입학사정관 10명 중 1명은 사교육업체나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세연(한나라당) 의원이 교과부 지정 '2011년 입학사정관제 지원 대학' 60곳의 현직 입학사정관 2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정관의 9.6%가 "사교육 이직을 권유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부분 수험생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서울 소재 유명 대학과 지방 국립대 소속이었다. 입학사정관제 관련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학원가에서 유명 대학의 사정관 출신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고액 연봉을 내건 사교육업계의 제안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입학사정관의 7.6%는 "사교육업체의 스카웃 제의에 응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처우에 불만인 사정관이 71%나 되고, 이들의 78%가 비정규직인 점을 감안하면 사정관들이 학원가로 움직일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들의 사교육행(行)이 본격화되면 연간 수백억원의 세금으로 사교육 전문가를 키워낸 격이 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들의 사교육 영업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설문조사에서 '퇴직 후 사교육업체 취업 금지 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정관의 69.9%가 "없다"고 답했다. 대학별 윤리규정 같은 최소한의 예방 장치도 없는 실정이다.

김세연 의원은 "사교육 취업의 유혹에 놓여 있는 사정관들로는 입학사정관전형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 지원금을 받는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퇴직 후 일정기간 사교육 취업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africa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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