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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악, 경제·외교는 아직 … 김정은 1년 ‘미완의 후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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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평양 목란비디오사를 방문해 대화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이 사진을 전송하며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일(69)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27)을 찬양·선전하는 내용을 담은 교과서 발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북한의 각급 관공서와 공장·기업소는 물론 가정집에도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외에 김정은 초상액자도 곧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21일 후계자 김정은의 공식 등장 1주년을 맞는 평양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선전·교양 사업 부문에서 김정은의 정책 관여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28일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르면서 후계자로 공식화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김정일(군 최고사령관)의 후견 아래 군 부대 개편과 작전 분야에서 실질적인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 또 일선 군 부대 지휘관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30~40대로 교체해 군내 지지 기반을 구축했다. 군부의 핵심 후견 세력은 이영호 총참모장과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일이 위원장인 당 중앙군사위에 군 수뇌부를 포진시켜 김정은이 군을 장악·지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김정은의 부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비상설 최고 군사지도기관이던 당 중앙군사위를 상설기관으로 만들어 군을 통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 들어 북한 관영매체가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의 활동에 대한 보도를 부쩍 늘렸다”며 “군부에 대한 당 상설 군 지도기관의 역할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청년층 100만 명을 노동당원으로 입당시키는 목표를 세워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대대적인 감찰을 벌여 비리 간부를 숙청하고, 군과 공안기구에 비해 장악력이 떨어졌던 노동당 업무에도 본격적으로 손을 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경제와 외교 부문에서는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 때문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중앙TV 등 관영 선전매체를 통한 김정은의 ‘지도자상’ 부각 작업도 치밀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식통은 “김정일을 수행한 김정은이 무언가를 설명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줌으로써 정책 집행에 김정은이 적극 참여하는 인상을 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기관이나 공장에는 김정은을 후계자로 맞이하게 된 것이 주민들의 복(福)이란 의미의 ‘대장복’ 입간판이나 선전물이 등장했다. 김정은이 방문한 기관·공장에는 방문 기념 동판을 붙이고 있다. 노동당 원로인 최태복·김기남 당 비서가 김정은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을 노출시켜 2인자로서의 위상도 부각시키고 있다.

 소식통은 “김정은 세습체제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복 형인 김정남(40)의 신변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은이 2009년부터 국가안전보위부를 동원해 김정남 제거를 노려온 만큼 김정남이 해외 망명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후계 수업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아직 독자적인 위상을 확립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경제난 등으로 주민들의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종 기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북한군 대장인 후계자 김정은의 첫 공식 직함.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신설돼 김정은과 이영호 군총참모장이 함께 임명됐다. 노동당 규약은 당 중앙군사위를 “무력 강화와 군수공업 발전 등 국방사업 전반을 당적으로 지도하는 기관”으로 규정한다. 위원장은 김정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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