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57·구속)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5월 19일 후보단일화 기자회견장에서 후보 사퇴 발표를 하고 내려온 박명기(53·구속) 교수에게 “(사퇴와 관련해)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이 밝혔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7억원을 보전해 준다’는 내용의 실무자 간 이면합의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단일화 발표 현장에서 직접 확인까지 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1일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후보자 매수 및 이해유도) 위반 혐의로 곽 교육감을 구속기소했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박 교수가 서울시교육감 후보에서 사퇴하는 대가로 올해 2월 19일부터 4월 8일 사이에 여섯 차례에 걸쳐 총 2억원을 주고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직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곽 교육감의 대학 동기로 곽 교육감이 준 돈 2억원을 박 교수 측에 전달한 강경선(57) 방송통신대 교수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로써 곽 교육감 사건은 지난달 8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첩보를 받아 수사를 시작한 지 44일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곽 교육감은 이날 자로 교육감 직무가 정지됐다. 또 기소 전까지 교육감직을 사퇴하지 않아 재판 결과 유죄가 확정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보전한 선거비용 35억2000만원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곽 교육감은 선거를 2주일여 앞둔 지난해 5월 18일 단일화 협상에서 박 교수에게 경제적 지원, 정책연대, 서울시교육청 정책자문기구 위원장직 제공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 5월 19일 오후 2시 동서 사이인 실무자 이보훈(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씨와 양모(박 교수 측 선대본부장)씨가 곽 교육감 선대위원장이던 최모 교수의 보증 아래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선거자금 보전 명목으로 7억원을 제공한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양측 실무진은 당시 1억5000만원은 일주일 내에, 5억5000만원은 8월 말까지 지급하기로 했으며 이런 내용이 곽 교육감과 박 교수에게 각각 보고된 뒤 최종합의가 도출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수차례 박 교수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고, 2억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점 ▶돈 지급 과정이 친인척 등 제3자를 통해 진행됐으며 ▶허위차용증을 작성한 점 등에 비춰 곽 교육감이 주장하는 ‘선의의 지원’은 본인의 주관적 입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곽 교육감의 재판을 박 교수와 마찬가지로 형사합의 27부(부장 김형두)에 배당했다. 이 재판부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아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밝혀지지 않은 1억원 출처=곽 교육감의 부인 정모씨가 마련한 1억원 외에 곽 교육감이 직접 마련했다는 1억원의 출처는 구속 후 추가 수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곽 교육감은 당시 1억원을 네 차례에 나눠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5000만원, 4000만원, 100만원, 900만원 순이다. 검찰은 이 돈이 선거 잔금인지를 조사해 왔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자신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지인의 신원에 대해 함구했고 모두 현금이어서 추적이 쉽지 않다”며 “기소 이후에도 계속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