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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림 동창이라고 9년간 수용소 수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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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영순씨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정치수용소 실상에 대해 증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성혜림(김정일의 사실상 첫 부인)과 여고·대학 동창이었어요. 어느 날 혜림이한테 ‘5호 댁(김정일이 거처하는 특별 저택)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뒤 김정일의 사생활을 알고, 이를 발설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9년 동안 지옥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탈북자 김영순(74)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연좌제로 8명의 가족이 모두 수용소로 보내졌고, 막내아들은 23세 때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총살 당했다”고 말할 때는 건물이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성혜림

20일 오후(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 인권소위의 북한 청문회에 탈북자 2명이 처음으로 출석해 북한 인권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김씨는 “새벽 3시30분 기상해 해가 질 때까지 강제노역을 시켰다”며 “뽕나무에서 떨어져 쇄골이 부러졌는데도 예외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이 끝나면 밤늦게까지 ‘사상투쟁회의’를 열었고, 이때 족쇄를 차고 끌려간 사람은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탈북자 김혜숙(50)씨는 “할아버지가 6·25 전쟁 때 월남했다는 이유로 18호 관리소에 28년간 수감됐다”며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 속에서 강냉이와 풀을 섞은 죽 한 끼로 하루를 보내 쌀밥 한번 먹는 게 유일한 소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소 직원들이 ‘아가리(입) 벌려’라고 폭언한 뒤 입 안에 침을 뱉고 삼키게 하는 고문도 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자신이 탈북해 중국에서 체류할 때 네 차례나 인신매매를 당한 사실도 고발했다.

 두 탈북자는 “지옥 같은 땅에서 피눈물 흘리는 2300만 북한 형제들을 구해 달라”며 “전 세계는 북한을 지원하지 말고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디펜스재단 수전 솔티(Suzanne Scholte) 대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보다 북한 인권 개선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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