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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만화 원작 드라마 ‘심야식당’의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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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한국을 찾은, 드라마 ‘심야식당’의 음식감독 이이지마 나미를 만나봤다. 그는 ‘심야식당’의 인기를 “음식엔 치유의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이지마 나미 관련 방송은 9월 26일 푸드 라이프스타일 채널 올리브 ‘이이지마 나미의 씨네마쿡’에서 볼 수 있다. 3주 동안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전 10시와 밤 11시에 방영된다.

일본만화 『심야식당』(사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일본 만화책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숱한 아류 콘텐트를 양산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TV 채널마다 연예인의 사연이 담긴 음식을 대접하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틀어대고 있고, ‘심야식당’이란 이름을 그대로 딴 라디오 프로그램도 생겼다. 『심야식당』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 TV CF도 있고, 서울 연희동에 가면 ‘심야식당’이란 간판을 내건 식당도 있다. 밤새 인터넷 뒤져가며 일본 연속극 ‘심야식당’까지 ‘찾아 봐야하는 매니어도 허다하다’ .

그러나 열성 팬이라 해도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흑백 만화책 『심야식당』에 등장했던 음식이 드라마에서 실제 음식으로 재현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손이 필요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飯島奈美·41)의 손이다. 이이지마는 드라마 ‘심야식당’을 비롯해 영화 ‘카모메식당’ ‘남극의 셰프’ 음식감독을 맡은 일본 최고의 푸드 스타일리스트다.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복서 ‘캇짱’이 권투 시합에서 지고 심야식당에 와서 먹은 오야코동(닭고기와 달걀을 얹은 덮밥)도,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일본인의 솔 푸드(soul food)로 등장한 오니기리(주먹밥)도 모두 그의 손으로 만든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이지마를 food&이 먼저 만났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한국에서 ‘심야식당’이 인기란 걸 알고 있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심야식당’은 만화책이든 드라마든, 잠자기 전 보기에 적당한 이야기다. 등장하는 음식이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다. 오히려 단순하고 소박해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그리움의 정서를 자극하고 공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야식당’은 손님이 추억이 담긴 음식을 말하면 마스터(식당 주인)가 무엇이든지 만들어준다. ‘심야식당’이 현실에도 있다면 무엇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은가.

“달걀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고 하겠다. 일본에서 달걀샌드위치는 아침식사나 도시락용으로 아주 흔한 메뉴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 달걀샌드위치를 먹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언니가 달걀 알레르기가 있어 집에서 달걀 요리는 금기였기 때문이다. 단 한 번, 언니가 수학여행을 간 며칠 동안 집에서 달걀 요리를 실컷 먹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맛있었다. 물론 언니가 돌아온 뒤로는 먹을 수 없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달걀샌드위치는 ‘심야식당’에도 등장하는 메뉴다.

“맞다. 무명 여배우와 가난한 대학생이 심야식당에서 아침마다 달걀샌드위치를 먹으며 서로 좋아하게 되지만 여자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안타깝게 이별하는 에피소드에 나온다.”

-‘심야식당’뿐 아니라 ‘카모메식당’ ‘남극의 셰프’ 등 일본에서 인기가 높았던 음식 드라마와 영화의 감독을 도맡았다. 책에 나오는 음식을 영상으로 재현한다는 건 어떤 일인가.

“맛있게 보이는 게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드라마 ‘심야식당’에 맥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맥주 김은 몇 초만 지나도 금방 빠져버린다. 나는 시청자도 시원한 맥주 맛을 느끼게 하고 싶어 촬영 내내 거품을 따로 만들어 계속 부어줬다. 힘이 들더라도 관객이 ‘그 영화 속 음식 정말 맛있을 것 같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

-한국영화에 등장했던 음식 중 가장 맛있어 보였던 게 있다면.

“‘김씨표류기’에 나왔던 짜장면이다. 새똥에서 찾은 옥수수 씨앗을 직접 키워 가루로 만들고, 맥주병으로 반죽하고 캔 뚜껑으로 자른 다음 ‘짜파게티’ 수프에 비벼 먹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정재영씨가 눈물을 흘리면서 먹을 때 나도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나라를 막론하고 음식이 등장하는 영화·드라마·만화는 대체로 인기가 높다. 이유가 있을까.

“단순히 말하면,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등장하면 식욕을 자극해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음식에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처럼 말이다. 음식을 먹는 그 순간만큼은 위로를 받는다. ‘심야식당’이 한국에서 인기를 끈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음식을 통해 마음이 치유되기를 원한다.”

● 『심야식당』 만화가 아베 야로(安倍夜郞·48)가 2008년 발표한 작품. 이듬해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됐다. 『심야식당』의 배경은 제목 그대로 밤에만 문을 여는 식당이다. 그 허름한 식당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요리해주고 손님은 요리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는다. 음식이 지닌 위무의 효과를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이지마 나미가 공개하는 추억의 달걀샌드위치

재료(2인분) 샌드위치용 식빵 6장, 달걀 4개, 마요네즈 1큰술, 버터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달걀을 삶은 뒤 찬물에 담가 식힌다. 2 껍데기 벗긴 달걀을 노른자와 흰자로 나눈 뒤 흰자는 얇게 썰고 노른자는 대충 으깬다. 3 마요네즈 한 큰술과 소금을 약간 넣고 흰자와 노른자를 잘 섞는다. 4 가장자리를 자르고 버터 바른 식빵에 달걀을 펴 바른다. 5 달걀을 바른 식빵을 두 장씩 겹쳐 놓고 가볍게 손으로 누른 뒤 반으로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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