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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화 큰폭 하락 4년만에 최저수준

중앙일보

입력

유로화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지난 86년 이후 14년만의 최고수준까지 상승했던 파운드화가 11일 큰 폭으로 하락, 달러화에 대해 4년만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BMW의 로버자동차 매각과 포드의 다겐햄 공장 조립생산중단 계획 등으로 이어진 자동차업종의 위기를 필두로 의약, 화학, 식품 등 제조업 전체로 확산되던 침체국면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파운드화는 이날 파운드당 1.50달러 아래로 떨어짐으로써 4년만의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60.86펜스로 1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날 파운드화 하락은 금주초 정부와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BOE) 관계자들이 파운드화 하락을 언급한데다 그에 앞서 지난주 BOE 통화정책위원회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머빈 킹 BOE 부총재는 유로화에 대한 파운드화의 강세는 계속 지지될 수 없는것 이라며 "어느 시점에서 (파운드화 환율의) 상당한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조정범위나 정도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으나 그의 언급이 파운드화의 하락을 유도했으며 지난주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던 유로화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열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중 제조업생산은 전월보다 0.4% 늘어나 4개월만에 증가세를 보여 파운드 강세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4분기 전체로는 전분기보다 0.8%가 감소, 지난 91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영국산업연맹(CBI)은 지난 10일 컨설팅업체인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영국내 11개 지역중 7개 지역의 제조업체들이 비관적인 경기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CBI는 특히 제조업체들이 최신 설비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인력감축을 통해 파운화 강세를 극복하고 있어 파운드화 강세가 제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수주가 가장 빨리 증가하는 지역들이 인력감축을 가장 급격하게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수주가 증가한다고 해도 인력감축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CBI는 지적했다.

CBI는 또 파운드화 강세는 제조업의 회복세를 미리 꺾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것이라며 이미 제조업이 악화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CBI는 그러나 정부가 환율조정에 개입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으며 대신 금리를 더 이상 인상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경영컨설팅업체인 엑스퍼레인이 분기마다 실시하는 기업수익률 조사결과 지난해 4.4분기 13.14%에 그쳐 3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금융서비스를 제외한 23개 산업 분야에서 영국내 2천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수익률이 상승한 분야는 건설, 주류, 식품유통 및 공공서비스 등 4개에 불과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복스홀, 푸조, 재규어, 닛산, 도요타, 혼다, 포드, 로버 등 8개 자동차업체의 지난해 세전손익을 조사해본 결과도 포드, 도요타, 혼다, 로버 등 4개사가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조 조사결과 제조업 분야에서 지난 97년 총선 이후 2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특히 올해들어서만도 2만8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나 내년중 총선을 치를 생각인 노동당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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