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마지역서 사라질 때까지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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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경찰서 황운하(49·경찰대 1기·사진) 서장에겐 ‘외로운 투사’라는 이미지가 따라 다닌다. 2008년 대전 중부서장 시절, 그는 30년 된 유천동 집창촌 해체를 위해 ‘성전’(性戰)을 벌였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만류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여 끝내 해체시켰다. 불법 다단계 업체 역시 단속해도 허술한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그래도 그는 단속의 고삐를 늦출 줄 모른다.

 -전국 유일의 불법 다단계 수사팀을 만들었는데.

 “지난해 거마 대학생 얘기를 처음 들었다. 올 1월 서장 부임 후 조사해 보니 5000여 명이나 되는 대학생이 불법 다단계에 빠져 있더라. 충격을 받았다.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불법 다단계가 왜 심각한가.

 “살인·강도만 무서운 게 아니다. 불법 다단계는 사회에 진출도 못한 젊은이의 영혼을 파괴한다. 이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가뜨린다. 자살하거나 정신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불법 다단계는 나라의 앞날을 이끌 젊은이들 사이에 무섭게 퍼져가는 암세포다.”

 -수사의 어려움은 뭔가.

 “불법 업체들이 방문판매법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점이다. 꼬리 자르기, 말 맞추기도 이들의 장기다. 피해를 본 학생조차 업체를 변호한다. 답답할 때가 많다.”

 -향후 수사 계획은.

 “다단계 수사팀이 출범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업체들은 ‘태풍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그러나 어림없다. 불법 다단계 업체가 거여동·마천동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갈 작정이다.”

◆탐사기획부문 = 이승녕·고성표·박민제·이서준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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