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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스타일리스트와 함께하는 똑똑한 쇼핑 ② 한혜연-미니멀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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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칼라를 없앤 블라우스, 단추를 숨긴 바지가 미니멀룩의 ‘절제’를 보여준다. 특히 블랙 앤 화이트의 조합은 단정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가장 좋다. 지암바티스타 발리(블라우스)·자일스(바지) [by10 꼬르소꼬모 서울.]

여심은 계절을 탄다. 불볕더위엔 발랄하고 톡톡 튀는 멋을 내다가도 서늘한 바람이 불면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로 변신을 꿈꾼다. 여기에 제격인 옷이 미니멀룩이다. ‘최소의’ ‘극미의’라는 뜻의 ‘미니멀’룩은 군더더기 없는 장식과 날카로운 커팅으로 세련되면서도 절제된 미를 살리는 게 특징이다. ‘스타일리스트와 함께하는 똑똑한 쇼핑’의 두 번째 동행자로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를 택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배우 임수정·차예련·한효주 등 풋풋한 이미지의 여배우들을 세련된 도시 여자로 바꾸기로 유명한 인물. 이달 초 그와 함께 매장을 돌아보며 미니멀룩의 이론과 실전, 그 노하우를 알아봤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미니멀룩은 마이너스를 위한 플러스

“미니멀룩을 ‘기본’이라고만 생각하면 틀린 거예요. 오히려 기본보다 더 빠져 있는 극도의 절제가 있어야죠.” 만나자마자 뭐부터 사고, 어디를 갈까 정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한씨가 불쑥 ‘이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화려하지 않은 옷이 모두 미니멀하다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통 재킷이라면 주머니도 밖으로 나와 있고 포켓치프를 넣는 곳도 있죠. 하지만 미니멀 재킷이라면 이런 기본 디자인조차 보여주지 않는 거예요.” 원피스도 마찬가지. 화려한 무늬나 레이스 장식이 없는 건 물론이고 허리 라인이 강조되기보다는 일자로 떨어지는 스타일이 ‘미니멀’에 해당한단다.

클래식과 미니멀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도 이날 ‘수업’의 핵심이었다. 언뜻 보면 기본 스타일에 무난해 비슷해 보이지만 클래식은 규칙이 있는 전통 스타일이라 유행에 민감하지 않단다. 반면 미니멀은 그 자체가 하나의 파격이고 트렌드라 볼 수 있다. “클래식한 흰 셔츠를 생각해 보세요. 보통은 단추가 다 보이겠죠. 하지만 미니멀한 셔츠는 그 단추들을 감추기 위해 천을 덧대야 해요. 빼기 위해 더하는, 아주 치밀하고 전략적인 옷이 미니멀룩이에요.”

브랜드보다 디자인으로 골라라

각 매장에서 고른 다양한 스타일의 미니멀룩. 1 장식 하나 없지만 팔꿈치에만 살짝 커팅이 들어간 원피스(세미쿠튀르 by 수퍼노말) 2 눈에 확 띄는 핫핑크도 얼마든지 미니멀룩으로 소화할 수 있다. 단, 맞춰 입는 옷은 무채색으로 조합할 것(소피도르 by 셀레브레이션). 3 맨투맨 티셔츠를 늘여 원피스처럼 만든 캐주얼 미니멀룩. 롱베스트와 겹쳐 입어도 좋다(원피스 주카, 베스트MM6 by 에크루). 미니멀룩에는 소품 역시 튀지 않는 게 정석이다. 4·7 실루엣은 단순하지만 뱀피·송치 등 소재를 달리한 가방과 부티. 데비 크로엘·주세페 자노티 by 수퍼노말. 5·6 금속 장식을 배제한 클러치와 벨트. 코스믹원더·MM6 by 에크루. 8·9 목걸이와 팔찌도 한 줄로 매끈하게 디자인됐다. 조지 젠슨 by 10 꼬르소꼬모 서울·코스믹 원더 by 에크루.



이젠 실전에 돌입할 때. 집중 공략할 만한 브랜드를 꼽아 봤다. 한씨는 해외 브랜드 중엔 질샌더·조셉·띠어리, 국내 브랜드에선 구호·타임 등을 우선 꼽았다. “하나같이 비싸다고요? 스타일이 다양한 패스트패션에서도 미니멀 아이템은 얼마든지 있어요. 특히 유니클로가 질샌더와 협업한 옷들을 한번 보세요. 패션계에서 일하는 20대 사이에선 명품만큼 사랑 받아요.”

백화점으로 직행할 줄 알았던 한씨는 강남 편집숍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하는 스타일링이 있어 옷을 고를 땐 백화점보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에 편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옷을 살 때 브랜드를 보고 사는 것에서 자유로워야 해요. 디자인을 우선해야죠. 편집숍에서는 저조차 모르는 브랜드가 너무 많아 ‘탐험’하는 재미가 있어요.” 그는 서울 강남 일대 입소문 난 편집숍 네 곳을 찍었다.

블랙 앤 화이트의 블라우스·바지가 정석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서울 청담동 ‘10 꼬르소꼬모 서울’. 한씨가 2층 여성복 매장을 빠르게 훑었다. 그는 일단 무늬가 강하게 들어간 옷은 꺼내들지도 않았다. 그러다 검정 옷이 잔뜩 걸린 옷걸이 앞에서 멈춰 섰다. “미니멀룩을 처음 시도할 땐 블랙 앤 화이트가 무난해요. 정갈하고 깔끔한 모양이 더욱 돋보이니까요. 단순함을 강조하다 자칫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검정을 섞으면 카리스마가 느껴지죠.”

역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검정 바지. 허리 부분을 새틴으로 둘러 단추를 보이지 않게 숨긴 디자인이었다. 여기에 맞춰 고른 블라우스도 납작한 주름이 잡혔을 뿐 아무 장식이 없는 흰색이었다. 곧이어 추천한 원피스는 검정에 목 부분에만 가는 흰색 선이 들어가 있었다. “세 아이템이 모두 미니멀룩의 정석 중 정석이에요. 여기에 칼라나 주머니가 정갈한 검정 재킷만 추가하면 완벽해요.” 여기에 하나 더. 액세서리는 아예 없거나 하나만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펜던트 없이 굵은 한 줄로 된 목걸이를 예로 보여줬다.

금속 장식, 가는 줄 많은 구두는 피해야

한혜연 스타일리스트가 청담동 편집숍 수퍼노말에서 고른 미니멀 코트(Ru due Mail 루 뒤 마이). 단추 대신 지퍼를 달고, 칼라·주머니도 납작하게 처리해 흔한 검정색이 아니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준다.


다음 코스는 청담동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수퍼노말’. 옷도 옷이지만 가방·구두가 다양해 눈길을 끌었다. 한씨 역시 옷보다 먼저 관심을 보였다. “미니멀룩을 할 땐 소품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죠. 특히 구두는 중요해요. 앞이나 옆에 금속 장식이 반짝거리거나 줄이 여러 번 감기는 디자인은 피하세요. 블랙 펌프스는 미니멀룩에 필수 아이템이죠.” 옷에다 구두까지 너무 밋밋하지 않으냐고 했더니 송치로 덮은 부티를 번쩍 들어올렸다. 반지르르한 광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장식이 없어도 고급스러운 멋이 났다. 그렇다면 가방은 어떻게 고를까. 빨강·보라 등 튀는 컬러도 많았지만 한씨는 갈색과 검정이 섞인 파이톤(뱀피) 소재 토트백을 집어 들었다. “평소 무늬를 좋아하는 이라면 옷보다 가방으로 소화하는 게 방법이죠. 검정이 들어간 무늬로 고르면 옷과 색깔을 맞추기도 편해요.” 구두·가방에 맞춰 고른 미니멀룩은 퍼베스트(털조끼)·일자바지·풀오버니트였다. 특히 퍼베스트는 털이 안쪽에, 천이 겉으로 나와 화려하고 북실거리는 보통 모피 옷과 다른 것이 특징이었다. 또 하나는 캐멀색 박스형 원피스. 팔꿈치에 살짝 트임이 들어갔을 뿐 단순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캐주얼도, 원색도 미니멀룩 될 수 있어

한씨가 스타일링한 배우 차예련(왼쪽)·임수정의 미니멀룩. 에스떼로더·SK2 제공.

미니멀룩은 꼭 정장이어야 할까. 그때껏 고른 옷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 매장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신사동 ‘에크루’는 캐주얼 브랜드가 위주인 곳이었다. 언뜻 봐도 헐렁하고 풍성한 바지, 늘어지는 티셔츠가 많았다. 한씨도 ‘관망’이 길었다. 그러다 면 소재 롱티셔츠와 롱베스트를 꺼내들었다. 흔히 ‘맨투맨 티셔츠’라고 하는 스웨트 티셔츠를 무릎 아래까지 늘인 디자인이었다. 여기에 같은 길이의 진회색 베스트를 더했다. “포인트는 전형적 디자인에서 하나를 뺀 걸 찾는 거예요. 저 롱티셔츠를 보세요. 보통 맨투맨 티셔츠는 꼭 로고나 무늬가 있는데 그게 없잖아요.”

마지막 매장인 청담동 ‘셀레브레이션’에서도 미니멀룩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그가 고른 건 핫핑크에 일자라인도 아닌 퍼지는 풀스커트였다. “멋쟁이라면 블랙 앤 화이트만으로는 심심할 수도 있어요. 이럴 땐 과감한 컬러로 입는 거예요. 단, 함께 입는 상의나 하의가 굉장히 절제돼야 하고 컬러도 무채색으로 누그러뜨려줘야 해요.”

쇼핑을 끝내면서 한씨는 한 가지 팁을 알려줬다. 미니멀룩으로 산 옷들도 어떻게 섞어 입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 미니멀 블라우스에 일자 면 스커트를 입고 운동화를 신는다거나, 미니멀 바지엔 티셔츠 한쪽을 묶어 입어주면 금세 캐주얼 차림이 된다는 얘기였다.

한혜연(40) 스타일리스트는=경력 18년 차로, 잡지 화보는 물론 패션쇼·영화·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 왔다. 드라마 ‘풀하우스’의 정지훈(가수 비), 영화 ‘싸움’의 김태희 스타일링이 대표적 예. 이외에도 소지섭·한효주·이효리 등의 광고 및 화보 스타일링을 도맡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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