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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리치 ‘최고 골치’는 해외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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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한국의 수퍼 리치들은 전체 자산의 60% 수준인 부동산 비중을 점차 50% 아래로 낮출 생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한 돈을 더 불리기보다는 인플레와 경기 침체에 대응해 부를 지키는 데 관심을 쏟고 있었다. 연내에 줄이고 싶은 자산으로는 해외펀드가 단연 높게 나왔고, 국내 주식은 줄이고 싶다는 사람보다 늘리고 싶다는 사람이 약간 많았다.

 중앙일보가 20일 ‘money&’ 섹션 발간을 맞아 국내 수퍼 리치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 프라이빗 뱅커(PB)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들이 관리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고객은 총 3000여 명이었다.

 설문 결과 국내 수퍼 리치들의 현재 평균 포트폴리오 구성은 ‘부동산 : 금융투자 : 현금’이 ‘58% : 25% : 17%’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평균 자산 배분에 대해선 ‘47% : 34% : 19%’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동산 비중을 10%포인트가량 줄이고 그만큼 금융투자 상품 비중을 높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세계 36개국 백만장자 5000명의 평균 포트폴리오(씨티은행 2011년 부자보고서 기준)의 부동산 비중 35%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치다.

 요즘 부자들이 중점을 두는 투자 전략에 대해선 ▶현재 자산가치 지키기(64%)와 ▶‘은행예금+α’의 안정적인 수익 내기(14%) 등 보수적 대응이 주류였다.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투자기회를 물색하고 있다는 답변은 22%였다.

 연내에 당장 구조조정하고 싶은 자산 목록으로는 해외펀드(54%)가 1위였다. 2007년 많이 팔렸던 브릭스(BRICs)나 중국 펀드 대부분이 여전히 10~20%대의 원금 손실을 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 뒤를 이어 줄이고 싶은 자산은 국내 주식(23%)과 부동산(19%) 순이었다. 연내에 늘리고 싶은 자산은 ▶국내 주식(27%)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25%) ▶현금(24%) 등이 엇비슷하게 분포했다. 김강호 삼성생명 서초 에이전시 대표는 “부자들은 이미 국내 주식 비중을 많이 줄여 놓은 상태”라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지면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자들이 요즘 PB들에게 털어놓는 주된 관심사는 ‘상속·증여 등 부의 이전과 관련 세금 문제’(48%)였다. 사업을 잘 물려주는 것도 여기 포함됐다. 수익형 부동산(8%)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번 100명 PB 설문은 9월 초 이뤄졌고 금융권별 분포는 은행 52명, 증권 30명, 보험 18명 등이었다.

김수연 기자

◆수퍼 리치(Super Rich)=‘부자 중의 부자’로 보통 금융자산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부자를 부를 때 쓴다. KB금융연구소 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에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약 13만 명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13%(288조원)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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