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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파킨슨병과 도파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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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박정호 교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복싱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오스카의 여왕 캐서린 햅번…. 이들의 공통점은 파킨슨병 환자라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뇌신경세포의 운동신호 조절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저장하는 신경세포 수가 급속히 줄며 발병한다. 신경세포가 죽는 속도가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것보다 훨씬 빠르다. 주로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파킨슨병은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는 이상운동 장애를 일으켜 심리적·경제적 부담이 크다.

 다행히 파킨슨병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과는 달리 약물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다. 대표적인 약물 치료는 뇌에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것이다.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처음 수년간은 대부분의 환자가 행복해 한다. 이유 없이 손발이 떨리거나, 몸이 경직되고, 동작이 느려지는 파킨슨병 증상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하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약효 소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약효 소진현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무력감·떨림·근력저하·통증·행동 느려짐 등 다양하다.

 최근 진료한 한 환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3년 이상 도파민 약물 치료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던 50대 후반의 남성이다. 이 환자는 “최근 들어 힘이 없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보약도 먹었다. 하지만 효과가 없어 이제는 직장 생활도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진찰을 해보니 약효 소진현상으로 확인됐다. 기존 약물보다 약효가 오래 지속하는 복합제(레보도·카비도파·엔타카폰 등 세 가지 성분으로 만들어진 약)를 복용토록 권했다. 얼마 후 환자는 직장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개선됐다며 만족해 했다.

 약효 소진현상은 파킨슨병 치료 도중 나타날 수 있는 불청객이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와 지속적인 상담과 진찰이 중요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박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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