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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마켓뷰] FOMC 열려도 주가 박스권 벗어나긴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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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닐까’.

이미 그리스 국채수익률이 100%를 넘나들고, 포르투갈 국채수익률마저 20%에 이르렀다. 그리스의 자구 노력으로 또 구제금융이 일정 부분 진행된다고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4개국)’의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인가.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인 미 하버드대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의 경우 국가 GDP의 12%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2년 안에 3%로 줄이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며 단기적으로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무역수지 적자를 감안할 때 결국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대안으로 이들 국가는 유로존을 떠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도 이 주장을 쉽게 부정하기는 어렵다. 지금 이렇게 하루하루 독일의 지원 의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근본적 이유는 디폴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많은 국가부도(모라토리엄)가 있었다. 1982년부터 87년 사이에 중남미의 멕시코·칠레·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브라질 등에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모라토리엄이 있었고, 1983년 이후 필리핀도 네 차례에 걸쳐 국가 채무조정이 있었다.

 국가도 부실이 생길 수 있고, 또 알고 있는 위기는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다만 현재와 그때의 차이는 한 가지다. 글로벌 리더십 부재가 아닌가 싶다. 서방세계의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던 미국이 어려워지면서 누가 주도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나온다. 독일이냐, 중국이냐를 기대하지만 답은 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한편 이미 주가 수준은 어느 정도 일부 국가의 위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와 독일의 주가 수준은 충분한 과매도 국면까지 하락했다가 회복 중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추가 위기를 고려한 기관투자가가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매도 물량도 최저 수준임을 고려할 때 수급 면에서는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진정되면 반등 국면을 기대할 수도 있다. 시기적으로도 이번 주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면서 단기적으로 추가적 주가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실물경기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주식시장은 유럽 위기의 최종 처방에 대한 준비를 하는 과정으로 판단되며, 그 기간 동안 주가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본격적 상승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월말께 유럽 문제가 추가로 악화한다면 주가는 한 차례 더 조정 받을 가능성도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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