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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쥐기 어려워지면 관절염 왔다는 신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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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호 18면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의 정석(定石)’.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영욱(55·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사진) 교수는 환자를 허투루 보지 않기로 유명하다. 환자의 말에 귀를 열고 의무 기록을 꼼꼼히 작성한다. 그래서 그의 의무 기록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의 ‘교과서’로 통한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관절 부위는 일일이 촉진하며 통증의 위치와 정도를 확인한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영욱 교수가 말하는 ‘관절 건강’

그러다 보면 초진 환자에게 할애하는 진료시간이 한 시간에 이르기도 한다. 이렇게 세워진 치료 계획에 따라 전통적인 방법으로 계단 오르듯 정석대로 치료를 진행한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정확한 진단과 초기 치료가 환자의 향후 삶의 질을 결정한다. 그가 환자의 진단에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다. 송 교수는 세계에서 관절내시경을 다루는 몇 안 되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하면 류머티스 관절염과 혼동하기 쉬운 퇴행성 관절염 등 다른 질환과 구분할 수 있다. 이게 입소문을 타자 한때 송 교수에게 진료받길 원하는 초진 환자는 몇 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에게 류머티스 관절염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어떤 질환인가.
“류머티즘 질환의 한 종류다. 류머티즘 질환은 전신의 관절·인대·근육·신경·장기·혈관 등에 염증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질환의 종류만 해도 루푸스·강직성척추염·통풍·쇼그렌증후군·베체트병 등 120여 개에 이른다. 인구의 5~10%가 류머티즘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류머티스 관절염은 관절(뼈와 뼈 사이)을 보호하는 연골·활막 등 관절 주위 조직이 점점 망가져 염증과 통증이 발생한다. 주로 손가락 관절에서 많이 관찰된다. 증상이 심하면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관절에 변형이 생겨 뒤틀린다. 관절이 닳는 퇴행성 관절염과 혼동하기도 한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왜 생기나.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신체의 면역세포들이 우리 몸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바람에 발생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같은 병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징도 있다. 혈액 검사 결과 HLA-DR이라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비율이 높다. 또 항CCP라는 특정 항체 수치가 높다. 흡연은 류머티스 관절염 발병 위험을 2~3배 높이고 증상도 악화시킨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는 얼마나 되나.
“주로 30~40대에서 발생한다. 100명 중 한 명이 환자인 것으로 보고된다. 국내에는 인구의 약 1%인 50만 명의 환자가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세 배 많다. 고령화가 되며 60대 이상 환자가 늘고 있다. 16세 이하 어린이 환자도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예방과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망가진 관절을 다시 되살릴 수 없어 ‘관절 불구’가 된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의 삶의 질은 암 환자보다 못하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최근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4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삶의 질 평점이 0.68에 그쳤다.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암(0.76)보다 낮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빨리 발견해 통증을 줄이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의 심각성은.
“조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점차 관절이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침대에서 돌아눕지도 못한다. 결국 누워서 생활하게 돼 욕창이 생기고 심폐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사망 가능성이 높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이외에 늑막염·간질성폐렴·신경염증 등 합병증도 따른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의 사망 원인은 대부분 이런 합병증이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는 평균 수명이 5~10년 짧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주로 통증과 염증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관절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특정 면역물질을 차단하는 치료제가 나와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관절이 심하게 변형된 환자는 운동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술을 하기도 한다.”

-치료와 함께 지켜야 할 수칙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특히 관절통을 핑계로 활동을 줄이면 안 된다. 운동량이 적으면 관절을 보호하는 근육의 증상이 더 악화된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하는 것을 권한다. 가볍게 걷기, 수영, 아쿠아로빅, 스트레칭, 실내 자전거 타기가 좋다. 등산·계단 오르기 등 관절에 부하를 주는 활동은 피한다.”

송 교수가 이끄는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류머티스 관절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123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은 국민의 1%가 앓고 있는 병, ‘2’는 발병 후 2년 내에 관절이 다 망가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은 의사·환자·보호자가 삼위일체가 돼 치료해야 한다는 뜻이다.

송 교수는 류머티스 관절염 증상을 가벼운 피로 증상으로 여겼다간 관절통보다 더 한 화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침에 손가락 관절이 붓거나 주먹을 쥐기 어려운 증상을 경험하면 류머티스 관절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60대 전후에 이 같은 류머티스 관절염 증상이 나타나면 신체 어딘가 종양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의사의 진단에 따라 전신 종양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합니다. 가끔 암이 발견되죠.”

송 교수는 수년 전 종양 검사를 거부했던 60대 초반의 남성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예로 들었다. 이 환자는 결국 1년 뒤 대장암이 전이돼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돼서야 송 교수를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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