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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책·금융 상품 ‘100세 시대’에 맞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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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의 정년이 본격화하면서 ‘100세 시대’에 대비하는 금융회사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증권사와 보험사 등은 은퇴 관련 연구소를 잇따라 신설하며 베이비부머 잡기에 나섰다. 정부도 성큼 다가선 ‘100세 시대’에 맞는 국가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우리투자증권은 14일 ‘100세 시대 연구소’ 문을 열고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은퇴 재무설계 관련 업무를 이곳으로 모아 총괄하기로 했다. 대우증권도 다음 달 ‘은퇴설계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12월 자산관리 컨설팅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퇴설계연구소를 출범시킨 뒤 자산 재조정이나 현금화 등 보유 자산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이미 지난 2월 100여 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은퇴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렇게 금융사가 은퇴 관련 연구소를 경쟁적으로 세우고 있는 까닭은 커지는 은퇴 및 노후 재무설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55~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한다. 이들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매년 44만 명 수준이던 정년 연령(55세) 인구는 연간 80만 명으로 배가량 늘어난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돼 2018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설 전망이다. 평균 수명(80.6세)을 감안하면 퇴직한 뒤에도 베이비부머 앞에는 30년 안팎의 ‘제2의 인생’이 펼쳐지는 셈이다.



 고령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은퇴 자산 시장의 규모도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은행예금, 적립식 펀드, 연금펀드 등을 포함한 은퇴 자산 시장은 지난해 272조원에서 2015년 496조원까지 늘어난 뒤 2020년에는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월지급식 상품을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 각종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퇴직연금에 치중하던 무게중심도 여유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자산관리와 건강관리 등을 포괄하는 종합 노후관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연구소 박형수 부장은 “일본은 베이비부머 퇴직이 본격화한 2002년 이후 10년 만에 월지급식 펀드가 공모펀드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며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국내 자산관리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풍요로운 노년 생활을 위해 재무설계와 같은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등 노후 생활 전반에 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후와 관련한 연구소 설립에 가장 앞서간 곳은 미래에셋그룹이다. 2005년 12월 국내 첫 퇴직연금 연구기관인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등도 퇴직연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는 자산관리보다는 퇴직연금 쪽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현옥 기자

◆베이비부머(baby boomer)=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도입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4.6%인 713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1955년생이 지난해 처음으로 정년(만 55세 기준)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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