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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재미있는 자연 이야기 ⑨ 거리의 동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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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공사장 인부 두 명을 입건했다. 공사 현장 주변을 떠도는 작은 강아지에게 돌을 던져 심한 상처를 입힌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다. 인부들의 행동을 지켜본 시민이 동물보호단체에 제보했고, 이 단체가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진행됐다.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학대하다가 조사를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동물보호 의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려지거나 길 잃은 개, 가정에서 달아난 길고양이(사진1)가 늘어나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매년 10만~20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휴가철, 또는 경제 상황이 나빠질 때 버려지는 동물도 늘었다. 병들거나 늙어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도 있다.

버려진 개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사나운 들개가 돼 돌아다닌다. 제주도 한라산에서는 들개가 떼 지어 다니면서 노루를 공격한다. 경기도 안산 시화호에서도 2008년 들개 떼가 고라니 30여 마리를 물어 죽인 일이 있었다.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버려진 개가 야생 생태계까지 훼손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버려지기도 하지만 스스로 주인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개보다 야성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어서다. 도시에서 길고양이는 발정기 때 특유한 울음소리로 소음을 내고, 전염병을 옮길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국립공원이나 섬처럼 생태계가 잘 간직된 곳에도 길고양이가 등장하면 피해가 크다. 새들의 알이나 토끼·다람쥐를 먹어치운다.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에 속하는 새들도 예외는 아니다. 바다 건너 이동하다 지친 철새가 섬에 도착하면 기다렸다는 듯 길고양이가 덮치기도 한다.

반려동물은 아니지만 비둘기(사진2)도 천덕꾸러기다. 과거 평화의 상징으로 길렀고 스포츠 행사 때 날리기도 했던 비둘기지만 이제는 숫자가 너무 늘어나 배설물과 깃털로 문화재와 건물을 훼손한다. 2009년 환경부는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퇴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국·스위스 등지에서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에 대해 아예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반려동물 몸속에 주인이 누군지를 기록한 전자칩을 심는 반려동물등록제를 도입하기도 하고, 버려진 개·고양이·비둘기 숫자를 줄이기 위해 불임수술(중성화수술)도 진행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 자신도 동물에게 충실한 반려자가 되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 뿐만 아니라 힘들고 귀찮아도 끝까지 동물을 돌보겠다는 책임감을 가진 반려자 말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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