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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돕는 반려견, 진료비 할인해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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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동물병원에서 이정희(72·지체장애 1급)할머니의 반려견 루비가 진료를 받고 있다. [황정옥 기자]

“루비야, ‘할머니’ 해봐, 할머니~.” 올해 아홉 살인 코커스패니얼종 ‘루비’는 이정희(72·서울 강북구 수유동·지체장애 1급) 할머니의 9년지기 ‘절친’이다. 40여년 전 사고를 당한 뒤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이 할머니에게 루비는 유일한 말동무다. 그래서 이 할머니는 루비에게 말을 해보라는 농을 수시로 한다. 이 할머니는 “내가 다리를 못써서 기어다니긴 해도 루비 밥 주고 물 주는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루비는 몇 년 전 종양 때문에 수술을 받았다. 게다가 나이도 많아 건강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그러나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 할머니에게 사람처럼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루비의 병원 진료비는 제법 부담스러웠다.

그런 할머니와 루비에게 지난 7월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서울 강북구가 관내 중증장애인이 키우는 반려견에 대해 진료비 경감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강북구 수의사협회(회장 조대형) 소속 21개 동물병원이 재능기부에 나선 덕분이다.

강북구에 사는 1·2급의 지체·뇌병변·지적장애인은 반려견을 데리고 관내 동물병원을 찾으면 진료비의 20%를 감면 받을 수 있다. 미용과 사료 등을 제외한 질병치료·수술·접종 등이 해당된다. 장애인 본인이 개를 데려갈 때는 신분증과 장애인등록증(복지카드)을 지참하면 되고, 몸이 불편해 직접 나올 수 없는 경우 대리인이 자신의 신분증을 추가로 가져가면 된다. 강북구 보건소의 김진웅씨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의 정서적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특히 외부와의 교류가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들의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루비를 진료해준 강북구 미아동 홈펫동물병원의 오승섭 원장은 “사람의 재활을 위해 도움을 주는 반려견의 건강도 사람의 건강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선진국의 경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대신해 반려견을 산책시켜주는 자원봉사도 있다”며 “우리나라도 앞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손지은 행복동행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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