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후보자 매수죄는 뇌물사건과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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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7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5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박명기(53·구속)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로 2억원을 준 혐의다. 곽 교육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9일 열린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후보를 사퇴할 경우 경제적 지원을 해 주겠다는 언질을 주고 올해 2~4월 여섯 차례에 걸쳐 강경선(58) 방송통신대 교수를 통해 모두 2억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이 지난 6월 박 교수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에 임명한 것도 범죄 혐의에 포함됐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지난해 5월 19일 단일화 발표 직전, 자신의 측근과 박 교수 측 간에 후보 사퇴 대가로 7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이면 계약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안의 중대성 ▶후보자 매수로 인한 민의 왜곡 ▶거래액수가 상당히 많은 점 ▶구속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의 형평성 ▶공범자 진술 번복 시도 등 증거 인멸 우려를 근거로 제시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및 이해유도 혐의는 형량이 최고 징역 7년, 또는 벌금 500만~3000만원이다. 이 혐의는 특히 돈을 준 사람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고 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공상훈 직무대리 검사(성남지청장)는 “누가 (교육감이) 됐고, 누가 되지 않았느냐는 사실을 살펴보면 누구 책임이 더 무거운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보자 매수 혐의인 만큼 (돈을 받은 사람의 책임이 더 무거운) 일반적인 뇌물 혐의와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2억원이라는 거액이 오갔고, 그 결과 불법적인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민의가 왜곡됐다는 점도 중시했다.

 곽 교육감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영장 청구의 중요 이유다. 곽 교육감을 구속하지 않을 경우 박 교수 측 인사들과 접촉해 진술을 번복하도록 할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불구속 기소됐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축했다. 공 전 교육감의 혐의는 지인으로부터 1억원을 빌렸다가 그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들이어서 영장 청구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이 9일 영장을 발부할 경우 그는 기소될 때까지 최장 20일간 검찰에서 추가 조사도 받게 된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이라도 법원이 유죄 확정판결을 내릴 경우 그는 교육감직을 잃게 된다. 선거법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선출직 공직자의 직위를 박탈하도록 하고 있다.

박진석·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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