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미국 지진학회도 인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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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수중 폭발에 의해 침몰했음을 규명한 국내 학자의 지진파 연구 논문이 저명 해외 학술지에 소개됐다. 지난해 3월 사건 발생 이래 여러 학자가 다양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지만 국제적으로 학술적 가치를 공인받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논문은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홍태경(40·사진) 교수가 썼다. ‘한국 해군 천안함 침몰의 지진 연구’가 제목으로, 지난달 발간된 미국지진학회지(BSSA, Bulletin of the 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에 게재됐다.

 홍 교수는 논문에서 “지난해 3월 26일 오후 9시21분 55.4초에 북위 37.915도, 동경 124.617도 지점에서 규모 1.46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 백령·덕적·강화 3개 관측소의 지진파 관측 자료를 역추적한 결과다. 이는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최종보고서 결과(오후 9시22분에 북위 37.929도, 동경 124.601도에서 규모 1.5 지진 발생)와 거의 일치한다. 홍 교수는 이 지진이 수중 폭발에 의한 인공지진이었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를 제시하며, 천안함 사건 발생 초기 다른 침몰 원인으로 거론된 ‘피로 파괴’나 ‘암초 충돌’ 가능성을 배제했다. ‘피로 파괴’ 땐 지진파가 생기지 않고, 좌초될 경우 자연지진과 같은 형태의 지진파가 생긴다.

  논문은 지난해 7월 1일 BSSA에 접수됐다. 6개월에 걸친 검토 과정을 거쳐 올 1월 게재 승인을 받았고, 투고 1년여 만인 지난달 지면에 실렸다. 통상 투고부터 게재까지 1년6개월여가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결과다. 에디터인 안톤 데인티 박사를 포함, 3명의 전문가가 심사했다. 지구물리학을 전공한 데인티 박사는 지진학 기법을 이용한 지하 핵실험 탐지를 연구해 온 지진파 분야 권위자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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