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투자 임팩트금융, 중남미선 놀라운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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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금융포럼이 7일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창균 중앙대 교수, 이정세 미소금융중앙재단 단장, 김정수 중앙일보 전문기자, 권영준 경희대 교수, 최원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포럼 참석자들은 임팩트 금융을 활성화하려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선 기자]


사회적으로 좋은 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이상적인 얘기로 들리지만 실제 이를 추구하는 착한 금융이 있다. 바로 ‘임팩트 금융(Impact Finance)’이다. 재무적인 수익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얻는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금융이다. 펀드를 조성해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소외계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사업(마이크로크레딧)도 여기 포함된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임팩트 금융을 주제로 금융포럼을 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영준 경희대(경영학) 교수는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IB)들도 임팩트 금융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라며 “임팩트 금융은 이제 대체 투자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중남미의 ‘프로펀드(ProFund)’를 예로 들었다. 프로펀드는 중남미의 10여 개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에 투자했다. 10년간 프로펀드의 총자산 대비 수익률(ROA)은 연평균 6%. 권 교수는 “10년간 남미 통화가치가 떨어졌는데도 이 정도 ROA라면 엄청난 성과”라고 덧붙였다. J P 모건이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임팩트 금융의 수익률은 회사채나 벤처캐피털 등과 비교할 때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았다.


 영국은 아예 정부 주도로 임팩트 금융 전문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말 설립된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Big Society Capital)’이 그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야심 차게 추진한 이 기구는 사회적 기업과 자선단체에 대한 투자를 맡는다. 10억 파운드(약 1조7000억원)의 재원은 은행의 출자와 휴면예금, 복권기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도 초기 단계의 임팩트 금융이 있긴 하다. 미소금융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임팩트 금융이 투자대상으로 자리 잡진 못하고 있다. 권 교수는 “임팩트 금융을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국민연금이 일정비율을 여기에 투자하도록 권유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이정세 미소금융중앙재단 단장도 이에 동의했다. 이 단장은 “국민연금은 물론 국부펀드도 재무적 수익성과 동시에 사회적 수익률까지 따진다면 임팩트 금융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에 일정 수준의 임팩트 금융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문영배 박사는 “임팩트 금융이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하는 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절반씩 차지했다.

 임팩트 금융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레 미소금융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연 4.5% 이자율로는 미소금융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창균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미소금융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자기 돈은 안 쓰면서 생색만 낸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손을 떼고,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윤제 서강대(경제학) 교수도 “미소금융이 일률적인 방법이 아닌 여러 가지 모델을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임팩트 금융=수익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impact)까지 추구하는 금융.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와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신용대출을 모두 포괄하는 말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000억 달러(약 535조원)가 임팩트 금융에 투자된 걸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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