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된다고 했지만 … 고객을 물처럼 흐르게해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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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상을 주던 서울 영등포에 대형 복합쇼핑몰 ‘경방 타임스퀘어’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글쎄, 영등포에 그렇게 큰 쇼핑몰이 잘될 수 있을까”였다. 한마디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타임스퀘어는 서울 서남권의 쇼핑 메카로 자리잡았다. 하루 2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경기도 일산·안산·안양을 비롯해 반포 등 서울 강남권에서 오는 손님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2009년 9월 설립 뒤 첫 12개월간의 매출은 1조1000억원, 그 다음 2년차엔 여기에서 30%가 더 늘었다.

 타임스퀘어의 성공을 이끈 주역은 김담(46·사진) 대표다. 그는 지난 2년에 대해 “합격점 이상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가 말하는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고객들을 특정 매장에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게 만든 것”이다.

 “기존의 쇼핑몰들에 있는 매장은 고객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어렵게 교묘한 장치를 합니다. 저는 반대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흘러다닐 수 있어야 쇼핑몰 전체가 살아난다고 봤습니다.”

 일반적인 쇼핑몰들은 매출이 많이 나는 주요 매장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둔다. 하지만 그는 이마트·교보문고·CGV 등 핵심 시설들을 구석에 배치하고, 사람들이 이 매장에서 저 매장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처음엔 입점 업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당장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고객들은 편리한 동선에 만족했고, 쇼핑의 사각시대가 없어지니 모든 매장의 매출이 골고루 높아지는 효과가 났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유통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낸 것이다. 그는 놀거리와 볼거리에도 신경을 써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쾌적하고 넓은 쇼핑 공간을 꾸미고 새롭고 다양한 이벤트를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그는 “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사는 목적 구매는 온라인 쇼핑몰로 주도권이 넘어갔다”며 “오프라인 쇼핑몰은 이제 문화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매니어층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감이 뛰어나거나, 안목이 높거나, 취향이 고급스러운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초대형 고급 쇼핑몰을 지었던 건 치열한 ‘학습’ 덕분이었다. “감으로 사업을 추진할 땐 확신을 갖기 어렵죠. 하지만 학습으로 쌓은 지식에 기반한 결정일 땐 확신이 생깁니다. 2년 전 ‘이건 된다’고 확신했던 것도 10여 년간의 공부가 바탕이 됐기 때문입니다.”

 타임스퀘어의 성공으로 경방은 제2의 창업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래 이곳은 경방의 면방직 공장이 있던 곳이다. 1919년 경성방직으로 시작한 경방이 90주년을 맞아 문을 연 곳이 바로 경방 타임스퀘어다. 2년 전 ‘잘될까’라며 걱정하던 부친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도 가끔 이곳에 들러 아들을 격려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초조해 하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이다.

 일단 그는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 종로 등 구도심 재개발 지역에 새로운 상업시설을 설립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컨설팅업체 ‘제다이’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 “타 쇼핑몰과의 차별화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타임스퀘어를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제2, 제3의 타임스퀘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김담 대표는 …

- 1991년 경방 입사
- 94년 경방 일본 지사 근무
- 97년 경방유통(경방필 백화점) 부장
- 2002년 경방유통 대표이사
- 2005년 우리홈쇼핑 부회장
- 2009년 경방 타임스퀘어 대표

◆경방 타임스퀘어는

· 규모 : 지하 5층, 지상 20층(쇼핑몰은 지하 2층~지상 5층. 지상 6~20층은 호텔·오피스) 연면적 37만㎡, 부지 6만㎡(1만8000여 평)
· 설립 : 2009년 9월 16일
· 위치 : 영등포구 영등포동 442번지
· 특징 : 명품부터 초저가 상품까지 다양한 제품 구비. 쾌적하고 넓은 공간. 다양한 즐길 거리
· 주요 입점업체 : 신세계백화점·이마트·CGV·교보문고·자라·유니클로·빈폴 등 200여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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