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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중앙글로벌포럼] 제2회의 : 동북아 새로운 세력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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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5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중앙글로벌포럼 2011 회의 도중 참석자들이 티타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종욱 전 주중대사,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 박수길 전 주유엔 대사,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게이오대 교수, 유숩 와난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스트 사장. [김형수 기자]


미국의 상대적 쇠퇴, 불확실한 중국, 혼돈의 동북아.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세력균형’이란 주제의 제2회의에 참가한 패널들은 향후 역내에서 펼쳐질 국제질서의 판도 변화상을 이렇게 요약했다. 토론자들은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이외에도 지역 내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하며, 미국과 일본의 예상보다 빠른 쇠퇴는 역내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불안정 요소라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 또 중국의 부상은 대세이지만 그 속도가 예상처럼 빠르지 않을 수도 있고 미국의 영향력 쇠퇴와 맞물리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다음은 토론자 발언 요지.

 ▶옌쉐퉁(閻學通·염학통·중국 칭화대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2030년까지 지금의 경제성장률을 계속 이어 간다면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 최대 강국의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양극화시대의 경쟁 양상은 미·소 냉전시대의 군사력 대신 경제 개발·교육·과학적 발명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가까워지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중립정책을 견지할 것이다.

 ▶데이비드 강(미국 남가주대 한국학연구소 소장)=리더십의 관점에서 동북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이 500년 전에는 이 지역에서 존경받는 유일 강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앞으로 존경받을 만한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데이비드 필링(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아시아 에디터)=중국의 자신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항공모함을 보유했으며 위성 요격기술도 갖췄다. 미국이 자국의 해안에 중국의 항모가 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듯 중국이 최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지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떠맡았던 태평양의 경찰 역할이 바뀌고 있는 흥미로운 시대다.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일본 게이오대 교수, 전 아사히신문 주필)=지난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쇼크는 일본의 대지진, 동북아 불안정성의 전조였다. 향후 대만·오키나와·남중국해 등 해양 문제가 동북아의 폭발적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오찬 후 이어진 토론장에서 마틴 패클러 미국 뉴욕 타임스 도쿄 지국장은 “구속력 있는 공통 원칙을 찾기 어려운 동북아에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같은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자국의 이익이 아닌 지역의 이익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줘야 하는데, 미국이 맡았던 그 역할을 중국이 대신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옌쉐퉁 원장은 “중국의 부상에 외부 요인보다 국민 여론과 같은 내부적 요인이 정부에 큰 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연간 집단시위가 18만 건 이상 일어나는 등 중국 내 이해집단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지도부의 외교정책 조율이 어려워졌다”며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중국 국민이 자국의 외교정책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북한의 안정화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데이비드 강 소장은 “이라크나 수단 등의 사례를 통해 인접국들의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면 난민의 숫자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글=신경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동북아 대표적 토론장 됐다”

글로벌포럼 이모저모

이날 오후에 열린 ‘동북아시아에서 핵안보와 핵안전’ 분과토의에서 미·중 토론 참석자 간에 뼈있는 공방이 펼쳐져 눈길. 판젠창 중국개혁개방포럼 상급고문은 3월 동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중국인은 일본인의 차분한 대응에 대해선 감탄했으나 일본 정부의 대응은 불만족스러웠다”고 지적하자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가 바로 응수에 나섰다.

그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와 달리 다국적 협력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동의하면서 “북한의 핵안전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빅터 차 교수는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핵안전 관련 새로운 분과를 만들어 중국이 좌장을 맡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 그러자 판 고문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선을 그어 경계.

 오찬 연설을 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데이비드 필링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아시아 에디터 등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배가 고프실 텐데 질의응답으로 시간을 뺏어도 될지 모르겠다”고 재치 있게 우회적으로 답변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한편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 등 대부분의 포럼 참석자는 이날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 현안 토론마당으로 자리 잡은 중앙글로벌포럼에 초청돼 기쁘다”고 이구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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