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원 관찰추천제 전형 1년 시행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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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원 진학을 희망하는 A군은 지난 2월 관찰추천제 전형으로 지원했던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에 불합격했다. 지난해 교육청 영재교육원에 합격할 당시 A군의 지필고사 성적은 최상위권이었다. A군의 어머니는 “관찰추천제가 요구하는 리더십과 발표력이 부족한 게 원인인 듯하다”며 “사설 영재학원에서 발표력을 키우고 있고, 올해 다시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표력 부족한 진짜 영재가 선발에서 제외되기도

 영재교육원 입시에 관찰추천제 전형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이 전형이 더욱 강화되는 2012학년도 영재교육원 입시를 앞두고 교육현장에서는 전형에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발 기준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게 이 전형의 단점으로 꼽힌다. 지필고사 대신 교사의 추천과 면접으로 선발하는 특성상 선발과정에 교사의 주관적인 견해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올해 관찰추천제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 김갑수 전(前) 원장은 “수상경력을 적지않은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와 영재교육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교사들이 작성한 추천서만으로 학생의 우열을 판단하기가 어려웠다”며 “자기소개서도 추상적인 내용이 많아 독서포트폴리오와 면접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진짜’ 영재들이 선발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영재성이 있지만 사회성과 발표력이 부족한 학생 대신 평범하더라도 전 과목 성적이 고루 우수한 아이들이 선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 녹번초 방향미 교사(영재담당)는 “여느 수업에서는 뒤처지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놀랄 정도의 실력을 보이는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 반에서 선발된 학생들을모아 영재학급을 구성하는 교육 현실에서 일부 튀는 학생이 섞여 공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학생 선발이 담임교사에게 일임되는 데 따른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 교사는 “초등 담임교사들은 수학과 과학뿐 아니라 기타 과목의 영재들도 선발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교사연수가 실시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재교육업체의 한 관계자는 “영재성이있는 아이가 학급 단위에서조차 뽑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다른 학교라면 충분히 영재로 선발될 수 있는 학생이 특정 학교특정 학급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나 담임교사의 관심 정도에 따라 관찰추천제 대상으로 선발되는 학생 수도 학급별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학교 현장 교사 자료 확충…선발기준 보완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단계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현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김 전 원장은 “전국 각 초등학교에서 추천받은 학생들을 면접만으로 우열을 가리기엔 사실상 어렵다”며 “학생들을 추천하는 교육청과 담임교사가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요소로 평가와 기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제공되는 교육과 가이드자료가 확충돼야 한다. 학교마다 영재선발을 담당하는 전문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전문교사가 각급 담임교사에게 사례별로 영재성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을 다시 하는 식이다. 방 교사는 “전국의 초등교사가 영재 전문지식을 완벽하게 익히기에는 업무상한계가 있다”며 “선발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 문제를 전체 학생에게 풀게 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영재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자료집이 예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이런 자료가 학부모와 사교육 현장에 유포되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추가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과기인재양성과 전용호 교육연구사는 “사회성과 발표력을 갖춘 영재들이 우선적으로 선발돼야 한다는 큰 틀에는 변함이없다”며 “다만 이러한 기준 때문에 소외되는 일부 ‘진짜 영재’들을 선발하기 위한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교육청, 한국교육개발원이 문제점별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초등 교사 연수 강화, 영재선발 기준의 세부화 등 다양한 보완책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영재교육원 관찰추천제 전형을 대비한 다양한 사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학생들이 사설학원에서 영재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와이즈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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