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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증상 없는 담낭암, 위장장애로 오인하다 병 키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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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이연재(김선아 분)는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담낭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소화액인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쓸개)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소화기계 악성 종양의 3~4%에 불과할 정도로 전체 악성 종양 중 빈도는 낮다. 하지만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담낭의 다른 양성 질환과 구별이 어렵다. 이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아 사망률이 매우 높다. 담낭암은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있더라도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등 애매모호한 증상을 호소하여 단순한 담석증이나 위장장애로 오인하기 쉽다. 또한 담낭암 세포는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주변의 간이나 림프절로 전이가 빨리 이뤄진다. 진단을 받았을 때 그나마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을 확률은 10~30%에 불과하다. 그 정도로 예후가 매우 불량한 종양이다. 극 중에서 이연재처럼 복통을 느낄 정도라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담낭암을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담낭암은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예방도 쉽지 않다.

담낭암은 서양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3, 4배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경우엔 비슷하거나 여성에서 약간 더 많이 발생할 뿐이다. 담낭암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많이 발생해 60, 70대에 가장 많다. 연령이나 성별은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요인인데 다른 예방 가능한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담낭암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담석(담낭에 생긴 결석)이다. 실제로 담낭암 환자의 60~100%에서 담석이 동반된다. 담석 환자들에서 담낭암이 발생할 위험이 담석이 없는 사람에 비해 4~7배 정도 더 높다. 특히 복통이나 담낭염의 증상이 있는 담석 환자에서 담낭암 발생의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담석이 있다면 담낭을 제거해 버리면 담낭암이 발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담석은 전체 인구의 10~20% 정도가 걸려 있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따라서 담석이 있다고 모두 수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담석이 있는 환자의 1~3% 정도에서만 담낭암이 발생하며, 특히 증상이 없는 담석 환자는 더 적은 예(0.01% 미만)에서만 담낭암이 발생한다. 담낭 절제술에 따른 사망률(0.6% 미만)이 오히려 담낭암 발생 확률(0.01% 미만)보다 더 높으므로 무증상 담석 환자에서 담낭암 예방을 위한 예방적 담낭 절제술은 권유하기는 어렵다. 반면 통증이 있거나 담낭염이 발생한 담석의 경우에는 담낭암의 발생 위험이 30배까지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담낭 절제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증상이 없는 담석을 갖고 있는 환자라도 담낭에 용종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담낭암의 위험도가 높다. 특히 10㎜보다 큰 용종이 동반되었을 때에는 담낭암이 발생할 위험이 1.5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담낭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담석의 크기가 3㎝ 이상인 경우는 1㎝ 미만인 경우보다 담낭암이 발생할 위험이 10배 더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담낭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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