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3김'이 지역감정 타파 앞장서

중앙일보

입력

총선을 4일 앞둔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생면부지의 사람들 10여명이 모여들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인근 맥주집으로 향했다. 나이나 출신지역, 학연 등에서 아무 관련이 없는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이름이었다.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김씨와 동명이인으로 평범한 20, 30대 회사원인 이들은 ''3김 시대'' 를 청산하고자 모인 ''3김''들이란 점에서 단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 모임을 제안한 사람은 그 10여일전 인터넷에 ''3김일보'' (http://www.samkim.co.kr)를 창간한 노혁강(33.서울 서초구 서초동)씨. 노씨는 "2000년대 첫 총선일을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끝내는 날로 만드는데 3김들이 앞장선다" 는 선언문을 준비하고 거리행진까지 계획했으나 참가자들의 만류로 일단 보류했다.

오는 28일로 창간 한달을 맞는 ''3김일보'' 는 50여명의 ''3김'' 씨가 e-메일 등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3일에 한번씩 내용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소문과진상'' ''오늘의 왕구라'' ''거짓말합시다'' ''자유발언!

나도한마디'' 등의 홈페이지를 마련해 딴지일보.망치일보 등과 함께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꼬집는 패러디 사이트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3김일보'' 의 이슈는 ''3표차 당선 어떻게 볼 것인가'' .

''3김일보'' 의 창간인인 노씨는 교육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세플'' 을 운영하는 386 세대. 사업과는 무관하게 시민운동 차원에서 ''3김일보'' 를 창간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88학번인 노씨는 대학2학년이던 89년 평양 청년 축전 참가 운동에 나섰다가 구류를 살기도 한 운동권 출신. 그는 같은 운동권 안에서조차 영.호남이 갈리는 현상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영남 출신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면서도 내내 불편했어요. (그는 광주 출신이다) 정치얘기만 나오면 서로 피하는 모습에서 젊은이들 골수까지도 파고든 망국병을 없애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노씨는 "온라인 상에서 참가의사를 밝힌 네티즌은 모두 50여명에 이르렀지만 실제로 당일 행사에는 10여명이 모였다. 아직 네티즌들은 구체적인 행동까지 나서는 데는 소극적인 양상인 것 같다" 고 말했다.

현재 이 사이트는 매일 50여명쯤이 방문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오르는 글은 총선전 활발했으나 총선이후 뚝 끊긴 상태.

"전국의 3김들께서 의외로 정치개혁운동에는 소극적인 것 같아요. "

앞으로 3김일보는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전국의 3김들에게 메일을 보내 ''3김일보'' 열람을 권유하는 한편 휴가철에 오프라인 모임을 열어 친목을 다질 계획이다.

노씨는 "이번에 총선연대 등의 활동으로 충청권에서 JP독주가 사라지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3김으로 상징되는 지역감정 구도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며 "앞으로 총선연대 등 다른 시민단체와 비판적으로 연대하며 정치개혁에 앞장설 생각"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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