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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g Blue

중앙일보

입력

뤽베송 감독의 어린시절을 지배했던 것은 바다였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물에 대한 경외감을 가진 것이 그의 어린시절이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초기작들이 여기에 속한다. 국내에 '그랑브루'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이 작품은 그런 사실을 뒷받침하였고, 그의 다른 작품들 '서브웨이' '니키타' 보다도 더 많은 공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가 그의 이력에서 비교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가장 큰 의의는 물과 바다에 대한 자신의 경외감을 어떠한 강박관념에 의해서 다루는 형태가 아닌, 그 자체를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흔치 않은 시점을 나름대로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에 인생을 건 주인공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물속을 유영하는 돌고래 무리들에서 느껴지는 자유를 마치 어린아이가 캔버스에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듯이 펼쳐놓았던 것이다. 이것은 그의 의지를 보다 면밀하게 나타낸 감독판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들어 더욱 노골화되는 그의 친헐리우드적 경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뤽베송의 영화들은 작품이 거듭될수록 신통치 않은 결과를 보여주지만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초기작에서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뤽베송의 영화 뒷편에서 확실한 조율사의 역할을 해내는 에릭세라의 사운드가 바로 그것인데, 이 영화는 그런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확실하게 각인시켰던 의미있는 작업이다. 사실 광활한 바다를 표현하는데 있어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원맨밴드 시스템의 음악적 아이템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에릭세라는 그런 의문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듯,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 메이킹으로 표현해내는데 성공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에릭세라는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모든 영화음악 관련작업을 혼자서 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업에서는 밴드음악의 구성을 지양하고 신디사이저의 음향을 폭넓게 적용시켜 바다의 광할함과 자유를 표현하고 있다. 그 실례를 타이틀곡인 'The Big Blue Overture'와 'Virgin Islands' 같은 곡들에서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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