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현, 8m2 날아 결승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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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을 끝낸 뒤 김덕현(26·광주광역시청)은 입꼬리만 살짝 올려 씩 웃었다. 이 표정은 그가 속으로 매우 기뻐하고 있다는 표시다. 그는 무덤덤하고 표정이 없다. 김덕현은 육상연맹이 주선한 외국 코치는 물론 해외 전지훈련까지 거부하고 국내 코치와 한국에서만 훈련하는 외골수로도 유명하다.

김덕현(26·광주광역시청)이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멀리뛰기 예선에서 힘차게 뛰어 오르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그런 이단아 김덕현이 한국 육상의 자존심을 세워 줬다. 김덕현은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남자 멀리뛰기 예선에서 8m2를 뛰어 전체 1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중 예선을 거쳐 결승에 나간 선수는 김덕현이 처음이다. 남자 20㎞ 경보의 김현섭이 6위에 올랐지만 예선 없이 바로 결승을 치르는 레이스였다. 멀리뛰기 종목은 참가 선수 36명 중 상위 12명이 결승에 진출했다.

 김덕현은 올 시즌 세단뛰기에 집중하느라 멀리뛰기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로 한 번도 대회에 나가지 않아 올 시즌 기록 자체가 없었다. 그의 개인 최고기록은 8m20이지만 예상 결승 진출 기록인 8m10을 낼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김덕현의 몸은 비교적 가벼웠다. 1차 시기 7m86, 2차 시기 7m99를 뛴 뒤 3차 시기에서 8m2를 날았다. 운도 좋았다.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은 상대적으로 나빴다.

 김덕현은 크리스 톰린슨(영국), 마르키스 굿윈(미국)과 동률을 이뤘으나 두 번째 좋은 기록이 가장 높아 11위가 됐다. 12위 톰린슨의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은 7m95, 13위로 탈락한 굿윈은 7m92로 김덕현(7m99)에게 못 미쳤다. 김덕현은 “마지막까지 긴장했는데 결승에 올라 기쁘다”며 “예상보다 결승 진출 커트라인이 떨어진 것이 도움이 됐고 일단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김덕현은 한국 도약의 독보적인 존재다. 세단뛰기(17m10)와 멀리뛰기(8m20) 두 종목에서 한국기록을 갖고 있다. 주종목은 세단뛰기로 2007년 오사카 대회 결승에 진출해 9위에 오른 경력이 있으나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대구대회 결승 진출로 최근엔 멀리뛰기 종목의 선전이 돋보인다. 김덕현은 두둑한 배짱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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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현은 내심 톱 10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일정은 불리하다. 멀리뛰기 결승(2일 오후 7시20분)을 치르기 전 세단뛰기 예선(2일 오전 10시30분)에 나가야 해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공을 들인 세단뛰기 역시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어 포기할 수 없다.

 김덕현은 “하루 두 경기를 치러야 해 몸이 무거울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최선을 다하겠다. 목표는 8위 안에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대구=김우철 기자

◆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특별취재팀=장치혁(팀장)·한용섭·허진우·김종력·오명철·김우철(이상 취재)·이호형·조문규(영상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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