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팀 쿡, 애플의 현재를 의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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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CEO

스티브 잡스의 ‘파괴적 혁신 DNA’를 배워라-. 기업 리더십 전문가들이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CEO) 팀 쿡에게 공개 조언을 건넸다. 지난달 31일 발간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다. 조언자는 제프리 다이어 브리검영대 교수와 할 그레거슨 인시아드대 교수다.

두 교수는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쿡의 의무는 “현상 유지가 아닌 혁신”이라고 못 박았다. 또 ‘파괴적 혁신가’의 대명사였던 잡스의 최고 강점, ‘관련 지어 생각하기(associational thinking)’를 배우라고 권했다.

잡스에겐 전혀 무관한 듯한 산업을 넘나드는 통찰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대변혁기, ‘도약이냐 도태냐’ 갈림길에 선 국내 기업들도 주목해야 할 내용이다. 이들은 먼저 ‘잡스 없는 애플’이 어땠는지를 과거 사례로 보여줬다. 애플은 이미 ‘잡스 부재효과’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가 없던 1986~98년 애플의 혁신 프리미엄은 -30%로 곤두박질쳤다. 98년 복귀한 잡스는 수석 매니저들을 모아 회사 재건에 착수했고, 아이맥부터 아이폰까지 연속 히트를 쳤다. 그 결과 2005년에서 2010년까지 애플의 혁신 프리미엄은 52%에 달했다.

 이런 혁신이 쿡에게도 가능할까. 두 교수는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세 가지 해법을 내놨다.

다이어

그레거슨

 ①파괴적 혁신가들로 애플을 가득 채워라=혁신가에겐 5가지 DNA가 있다. ‘질문 던지기(questioning)’, ‘관찰하기(observing)’, ‘교류하기(networking)’, ‘실험하기(experimenting)’, ‘관련 지어 생각하기(associational thingking)’. 잡스 자신이 ‘파괴적 혁신가’였기에 혁신가들이 그에게 몰렸다. 혁신가는 혁신가와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인재를 모으고 싶다면 기업가 자신이 혁신가가 돼야 한다.

 ②직원들이 현재 상태를 의심하게 하라=현상유지는 혁신의 적이다. 직원들이 모든 종류의 상황을 놓고 실험하고, 보다 넓게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CEO의 임무다.

 ③‘다르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보상하라=혁신 기업의 길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회사에 ‘다른 생각’을 불어넣는 모든 이에게 적극적으로 보상한다면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특히 두 교수는 “애플의 앞날은 쿡이 시장과 기술의 기회를 포착하는 직관력을 가졌는가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이는 ‘혁신 DNA’ 중 ‘관련 지어 생각하기’에 해당한다. 잡스의 강점이 바로 이것. 그는 제록스의 팰로앨토 연구소(PARC)에서 그래픽 기반 인터페이스를 봤을 때 그 가치를 단번에 알아채고 이를 바탕으로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었다. 조지 루커스의 ILM(Industrial Light&Magic)을 보고서는 핵심 기술과 연구자를 사들여 픽사를 세웠고, 이는 애플의 ‘i시리즈’ 성공으로도 연결됐다.

 두 교수는 쿡 앞에 놓인 두 가지 가능성을 역사에서 찾았다. 1980년대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가 소니를 운영할 때 30%를 웃돌던 혁신 프리미엄이 모리타가 떠난 뒤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한 예다. 하지만 앨런 래플리의 길도 있다.

2001년 그가 P&G 수장에 오르자 혁신 프리미엄은 20%대에서 35%로 상승했다. 두 교수는 “CEO가 좋은 회사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위대한 회사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심서현 기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1922년부터 출간하는 월간 경영학 잡지. 세계의 학자·기업인이 주 독자층이며, 발행 부수는 약 25만 부. 경영이론 대가로 손꼽히는 피터 드러커, 개리 하멜, 크레이튼 크리스텐슨 등이 이 잡지에 기고하며 명성을 쌓았다.

◆혁신 프리미엄(Innovation Premium)=기업 혁신성 지수. 기업이 새 제품을 내놓거나 새 시장에 참여해 앞으로 더 큰 수익을 얻게 되리라는 투자가의 기대가 주식시장에 반영되는 프리미엄을 수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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