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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새 주말극 〈덕이〉'순항' 예감

중앙일보

입력

지난 주말 방송을 시작한 SBS 창사특집드라마 〈덕이〉 (이희우 극본.장형일 연출)는 최근 방송가에 쏟아져 나오는 복고풍 드라마의 소재와 주제를 한 차원 넓히는 데 톡톡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작품들이 60, 70년대 고도성장기가 주무대인 것과 달리 〈덕이〉 는 해방 직후의 극심한 좌우대립, 그 중에서도 빨치산들의 무장투쟁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빨치산 부대장 상혁(김주승)의 아내이자 부대원인 현숙(김혜영)이 끼니도 잇기 힘든 형편에서 산통을 겪는 사이, 산 아래 정미소집 며느리 순례(고두심)도 도박에 빠진 무책임한 남편 한구(박영규)가 시아버지의 불호령으로 '지붕지랄' (남편이 산통을 겪는 흉내를 내는 것)을 하는 동안 아기를 낳은 것이다.

이른바 '보급투쟁' 을 위해 집안에 쳐들어온 빨치산 부대원들에게 출산 준비물을 나눠준 정미소집 며느리의 후덕한 인심은 빨치산의 딸 '귀덕' 을 맡아 친딸 '귀진' 과 쌍둥이처럼 기르는 운명으로 이어진다.

〈덕이〉 의 첫 1, 2회는 이처럼 강렬한 시대배경과 풍부한 극적 요소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은 충북 제천의 얼음 덮힌 계곡에서 촬영한 전투장면과 두 여성이 산통을 겪는 장면을 교차 편집해 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한편, 이내 귀덕(신지수)과 귀진(이정윤)의 10대 시절로 시간을 뛰어넘어 빠른 줄거리 전개를 보여줬다.

가장인 한구가 가출, 집안을 돌보지 않는 사이 어머니를 따라 산삼캐기에 나선 귀덕의 악착같은 모습과 사사건건 귀덕을 질시하는 귀진의 성격은 이 가족의 복합적인 갈등요소를 한눈에 짐작케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단단하다.
귀덕이네 4남매를 깜찍하게 연기하는 아역배우들과 댄스홀 주인을 꿈꾸는 건달 가장 박영규, 이발소 주인 조형기 등 희극적 역할의 중견배우들은 드라마 초반의 주요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벙어리 빨치산 부대원으로 안방극장에 첫선을 뵌 귀순 배우 김혜영 역시 합격점 이상의 연기 보여주었다.

총50회 분량으로 펼쳐질 귀덕의 가족사는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80년 광주민주항쟁 등 우리 현대사의 구비구비와 겹쳐질 예정. 작가 이희우씨는 "빨치산 부대장 출신인 귀덕의 아버지가 북한에서 고위층으로 출세, 적십자회담 때 서울에 오게 될 것" 이라고 귀띔했다.

오는 6월 열릴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둔다면 〈덕이〉 는 가족사에 방점을 찍은 드라마이면서도 과거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현대사 드라마 못지 않은 화제를 낳으리란 기대도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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