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분석] 혼다 '김칫국' 마신 日팬들 "박주영 잘 돼나 보자" 저주성 글 도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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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은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이 영입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야후재팬에 올라온 박주영 영입을 비난하는 네티즌 의견

박주영(26)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아스널FC에 공식 입단했다. 아스널 팬과 아스널의 동료들은 박주영을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선 아니다. 질투의 수준을 넘어 노골적인 야유를 보내고 있다.

30일(한국시간) 아스널은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 영입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박주영은 등 번호 '9번'을 달고 공격수로 활약한다.

아스널의 간판 공격수 로빈 반 페르시는 박주영의 입단 소식을 듣고 즉시 환영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박주영을 환영한다(Welcome to Chu Young Park)"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스널 영국 팬들도 박주영 영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아스널 마니아' 등 팬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환영한다" "그의 플레이는 박지성을 떠올리게 한다. 잘 왔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팬들은 엉뚱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가 아스널로 갈 줄 알았던 일본 팬들은 김칫국을 마신 격이 됐다. 일본 언론이 왜곡보도로 일본팬의 기대를 부풀린 탓도 크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스포츠는 박주영 영입을 두고 억지를 부렸었다. 박주영의 아스널 행이 확정되자 28일 "아스널은 혼다에게 영입을 정식으로 제안했으나 높은 이적료가 걸림돌이 돼 차선책으로 박주영과 계약한다"고 보도했다. 박주영이 혼다보다 실력이 모자라고, 그래서 싸다는 비하의 의도가 깔려 있다. 물론 생떼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이달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미 혼다 영입설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딱 잘라 "NO"라고 답했었다. 벵거 감독의 인터뷰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야후재팬 등 일본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는 박주영의 영입을 비아냥대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릴과의 계약 성사 직전 갑자기 아스날로 방향을 튼 데 대해 야후재팬 네티즌 'wac*****'은 "배신자가 활약하면 안 된다"고 했다. 'co2*****'는 "박주영이 유일하게 도움이 될 만한 점은 한국 기업의 스폰", 'jam*****'는 "아스널은 이제 끝났다"며 미리 초를 쳤다. 또 "혼다가 갈 줄 알았는데…" "일본인은 EPL에 무리?" "분하다. 한일전의 대승을 잊어버릴 정도로" 등 혼다의 자리를 박주영이 빼앗았다는 피해의식이 엿보인다. 'kwy*****'은 "일본은 억울하다. 혼다가 불쌍하다"고 했다.

'9번의 저주'를 거론하며 미리 재를 뿌리는 이들도 있다. 그간 아스널에서 등번호 9번을 달았던 니콜라 아넬카, 다보르 수케르, 프란시스 제퍼스, 에두아르두 다 실바 등이 부진했던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일부 일본팬들은 "'9번의 저주를 풀지 두고 보겠다" "잘 돼나 보자"는 질투 섞인 글을 올리고 있다.

아스널의 경기력과 연관시키며 박주영의 영입을 비난하는 글도 있다. 아스널은 전임 주장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와 사미르 나스리(맨체스터시티)가 다른 팀으로 빠져나갔고, 잭 윌셔와 아부 디아비 등 주전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당장 기용할 수 있는 공격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들어 EPL 경험이 없는 박주영을 기용했다는 점이 무리라는 것이다.

'dum*****'은 "아스널 팬들도 정말 박주영의 영입이 필요했다고 생각하는가. 진지하게 듣고 싶다"고 했고, "어중간한 선수를 기용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식의 보강이 아니라 프리미어리그에서 능력이 검증된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란 나름의 촌평도 이어졌다.
자조 섞인 목소리도 제법 나왔다. "한국이 일본을 제쳤군" "우리의 에이스는 러시아와 독일에 멈춰있고, 한국은 영국으로 가고…. 열등감이 생기는가"라는 반응이 그것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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