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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분석] 평양에 즐비한 고급차, 한국차까지... 가장 힘센차는 구형 벤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7로 시작하는 NF 쏘나타. 자동차 사업이나 지방공업부문의 부처에 부여한다.

북한에 최신 고급승용차가 부쩍 늘어났다. 이 가운데 한국차도 끼어있다.

최근 중국의 한 사이트에는 험비와 같은 최고급 외제 차량이 북한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개중에는 한국차도 수두룩하다. NF쏘나타의 경우 '평양 47-17' 이라는 번호판을 달고 있다. 47로 시작하는 번호는 자동차 사업이나 지방공업부문의 부처에 부여한다. 북한 내 자동차 부문에 종사하는 당간부가 한국차를 모는 이색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의 미니버스인 카운티.

북한당 고위간부차량으로 보이는 스타렉스가 중간에 주차되어 있다.

이외에도 현대차의 미니버스인 카운티, 스타렉스 등도 북한 당 고위간부 또는 정부에 부여되는 번호판을 달고 평양 시내를 돌아다닌다.

북한에 얼마나 국산차가 많기에 이런 사진이 잇따라 발견되는 것일까.

원칙상 북한이 돈을 주고 한국 차를 구입할 수는 없다. 국제적인 대북제재 때문이다. 북한에서 발견되는 한국 차는 대부분 북한과 사업하는 기업이나 대북 지원단체들이 기증한 경우다.

현대자동차가 처음 북한에 건너간 때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이다. 현대는 소를 실은 트럭과 승용차 등 170여 대의 현대자동차 차량을 북한에 외상수출 형식으로 제공했다. 외관상 수출일 뿐 그냥 줬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이너스티 리무진 차량을 직접 타본 뒤 성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은 이듬해인 99년 현대자동차에 5000대 구매 요청을 했다. 말이 구매이지 사실상 그냥 달라는 얘기다. 북한이 차를 가져가고 대금을 지불했다는 소식은 그간 한 번도 없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한국 차를 이용한 때는 지금까지 단 한번뿐이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현대자동차는 모든 국가의 대표선수단 차량을 지원했다. 본선에 올랐던 북한 선수들도 현대자동차 버스를 탔다.

◇2-16번호판 뜨면 모두 스톱=평양 시내를 돌아다니는 최고급 차량은 대부분 당이나 정부의 고위간부 소유다. 번호판에 자동차 소유자의 서열이 들어있다.

맨 앞 번호가 '2-16'으로 시작하는 구형 벤츠. 김정일의 최측근 차량이다.

번호판이 '22'로 시작하는 험비 차량. 내각의 고위간부 차량.

'07'로 시작하는 번호판은 북한중앙당대남공작본부의 차량이다.

'02'로 시작하는 최신형 벤츠 차량. 중앙당의 간부용 대기차량이다.

사진에 등장하는 험비는 번호판이 '22'로 시작한다. 내각의 고위간부라는 얘기다. 평양의 한 호텔 앞에 세워진 최신 벤츠는 '07'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고 있다. 이 차는 중앙당 대남공작본부(작전부, 통전부, 대외연락부) 소유차량이다. 왕재산과 같은 간첩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부서의 차량인 것이다. 또 다른 최신형 벤츠 차량은 '02'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고 있다. 이 차는 중앙당의 간부용 대기차량이다. 스타렉스와 함께 주차돼 있는 구형 렉서스에는 '21'로 시작하는 번호판이 달려있다. 북한 검찰 고위간부의 차량이다.

무엇보다 가장 지위가 높은(?) 차는 구형 벤츠다. 맨 앞 번호가 '2-16'이다. 김정일의 생일이다. 이 번호판을 단 차가 거리에 나서면 모든 차가 서야 한다. 사람을 치는 등의 교통사고를 내도 그냥 달리면 그 뿐이다. 구형 벤츠인데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차량인 셈이다. 김정일 초대소 같은 곳에서 쓰는 차량이거나 김정일이 하사한 차량이다. 더욱이 사진에 보이는 차는 2-16 뒤에 '0'으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고 있다. 특권층 중의 특권층, 또는 김정일의 최측근이란 뜻이다.

외국대사관 소속 차량에는 '외'라는 글자가 붙는다. 대신 김정일을 뜻하는 '1'로 시작하는 번호는 없다. 러시아 대사관 차량은 '01', 중국은 '10'으로 시작한다. 가끔 번호판 앞에 붉은 별이 달린 차량이 중국 사이트 등에 올라오기도 한다. 이 차량들은 행사용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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