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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이룬 여자농구, 내부의 적 이겨라

중앙일보

입력

희망을 봤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 또한 만만찮다.

27일 일본 나가사키현 오무라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은 한국 여자농구에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던졌다. 우리 대표팀은 27일 열린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62-65로 패했다. 파죽의 6연승 끝에 허용한 단 한 번의 패배가 우승트로피를 앗아갔다.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2012 런던올림픽 본선 출전권은 중국의 몫이 됐다. 우리나라는 내년 6월 체코에서 열리는 퀄리파잉(qualifying) 대회를 통해 올림픽 본선행을 노린다. 총 12팀 중 5팀에게 본선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젊어진 여랑이, 패기로 관록 메웠다

세대교체는 우리 대표팀의 최대 성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정선민(37·국민은행) 박정은(34·삼성생명)이 은퇴하고 변연하(31·국민은행)가 부상으로 빠진 탓에 젊은 피가 대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 삼인방의 공백을 기대 이상으로 메워냈다. 승부처에서 한 방을 날리는 에이스 역할은 김정은(24·신세계)과 김단비(21·이상 신한은행)가 나눠맡았다. 슈터로서의 임무는 강아정(22·국민은행)과 김연주(25·신한은행)가 책임졌다. 리딩가드 최윤아(24·신한은행)도 눈에 띄게 성장해 김지윤(35·신세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주인공'이 없었다는 점 또한 돋보였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여러 선수가 골고루 빛을 발했다. 21일 열린 중국과의 풀리그 1차전에서는 최윤아가 29점을 쏟아부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3일 일본전(66-59승)에는 김단비가 26점을 몰아쳤다. 접전 끝에 석패한 중국과의 결승전에서는 '캡틴' 신정자(31·KDB생명)가 15점 16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찍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임달식(47) 여자농구대표팀 감독은 중국과의 결승전 직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젊은 선수들이 참 잘해줬다"면서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좋은 여건 속에서 더 많이 준비했다면 더 좋은 성과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임 감독의 언급 속에는 우리 여자농구의 한계와 과제가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이원화 된 관리 체계가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대한농구협회가 대표팀을 책임지지만, 운영비 등 실질적인 살림은 여자농구연맹(WKBL)의 몫이다. 한 가지 업무에 대해 관리 주체가 둘로 나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해외전지훈련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 농구협회와 WKBL이 서로 눈치를 보며 책임을 떠넘긴 결과다. 전문가들이 '하루 빨리 농구협회와 WKBL이 협의체를 구성해 대표팀 운영 창구를 단일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일부 프로구단들의 비협조도 문제다. 근래 들어 대표팀은 국제대회를 앞두고 선수를 차출할 때마다 애를 먹는다. 몇몇 구단이 이런 저런 핑계로 주축 선수의 대표팀행을 막는 까닭이다.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데 판을 흔드는 손이 여럿 보인다. 1996 애틀랜타 대회 이후 5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농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나가사키=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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