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측, 사퇴 후보에게 1억3000만원 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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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2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진보 진영 측이 후보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의 측근 인사가 상대 후보 측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곽 교육감이 금품 전달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질 경우 교육감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6일 지난해 선거 당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와 박 교수의 동생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이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박 교수는 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 19일 곽 교육감을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추대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검찰은 최근 당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금품 거래가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진행한 결과 곽 교육감의 측근 인사 계좌에서 박 교수 동생 계좌로 올해 2월 5000만원, 3월 4000만원, 4월 4000만원 등 모두 1억3000만원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자금추적 등을 따돌리기 위해 선거가 끝나고 한참 뒤에 자금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박 교수 등을 상대로 후보 사퇴를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곽 교육감의 측근 인사를 소환 조사한 뒤 곽 교육감이 금품 전달 사실을 알았다고 판단될 경우 곽 교육감도 부를 예정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특정 후보자로 하여금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금품 등을 주고받은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선거법의 공소시효는 통상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지만, 선거일 이후에 이뤄진 범죄의 경우 그 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6개월이 적용되기 때문에 공소시효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당선 이후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 등 각종 혁신 정책을 도입해 교육현장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조신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은 “당시 후보 단일화는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를 거쳐 이뤄졌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그런 거래가 있을 수 없었다”며 “검찰이 여론전환용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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