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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이례적 금요 출근 … ‘포스트 잡스, 전략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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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격돌 중인 삼성과 애플이 ‘포스트 잡스(Post-Jobs)’ 시대를 맞아 새로이 전의를 다지고 나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창업자가 24일(현지시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전선에 변화가 생긴 탓이다.

삼성은 ‘반격’, 애플은 ‘수성’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세계 9개국에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은 물론, 두 회사 모두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어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경쟁의 선봉엔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이건희(69·사진) 삼성전자 회장은 26일 이례적인 ‘금요일 출근’으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매주 화·목요일 출근하던 관례를 깨고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서초사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현안도 있다. 전날 독일 뒤셀도르프에선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뜨겁게 벌어졌다. 법원은 다음 달 9일 이번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안 그래도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10월 14일 이후 갤럭시S2를 비롯한 스마트폰 3종에 대한 판매금지 결정을 내린 마당이다. 삼성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허 소송에서 연달아 수세에 몰릴 경우 ‘잡스 퇴진’이란 모처럼의 호기를 살릴 수 없게 된다.

 이에 삼성은 우선 네덜란드에서의 판매금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판매금지 효력이 발효하기 전 네덜란드 물류 창고에 재고를 잔뜩 쌓아놓거나 네덜란드 외 다른 지역으로 직접 수송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동시에 특허 침해가 인정된 ‘포토플리킹’과 ‘바운싱’의 대체 기술을 찾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정보기술(IT) 전문지 웹베렐트는 “포토플리킹은 비교적 간단하게 다른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 삼성이 업데이트 같은 방법으로 특허 침해를 우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은 지난해 6조원대 부품을 사간 최대 고객이다. 하지만 애플을 넘지 않고는 세계 정상에 도달할 수 없는 만큼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서초사옥에 발 들인 때와 비슷한 시간, 태평양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선 애플의 새 수장인 팀 쿡 CEO가 직원들에게 “애플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요지의 e-메일을 보냈다. 잡스 사임 뒤 동요하는 임직원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쿡은 현지시간으로 25일 발송한 이 e-메일에서 “스티브(잡스)는 어느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 문화를 만들었고, 우리는 이를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티브는 놀라운 리더이자 나의 멘토였다”며 “스티브가 이사회 의장으로서 지속적인 지도와 함께 영감을 불어넣어 주길 고대한다”고 적었다. 애플이 향후에도 잡스의 지도와 영향력하에 있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애플 주가는 안정세로 돌아섰다.

 삼성과 애플, 두 회사는 올가을 신흥 시장에서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대회전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2일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 IFA에서 저가형 스마트폰 라인인 ‘갤럭시Y’를 처음 선보인다. 이 회사의 홍원표 부사장은 24일 “갈수록 커지는 200달러 이하의 대중형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휴대전화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애플 역시 조만간 저가형 아이폰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기존 아이폰4의 메모리 용량을 줄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기존 아이폰보다 가격을 크게 낮춰 중국·인도·중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심재우 기자

◆포토플리킹(Photo Flicking)=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볍게 밀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는 기술을 말한다. 바운싱(Bouncing)은 사진을 가장자리로 살짝 밀었을 때 그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고 스프링처럼 튕겨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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