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잭슨홀 연설 경기부양 언급 안해…내달 FOMC서 논의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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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아침(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오른쪽) 의장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연찬의 기조 연설을 앞두고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산책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잭슨홀 AP= 연합뉴스]


“벤 버냉키(Ben Bernanke)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버냉키 교수에게 좀 배우시오.”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준 세미나에서 버냉키 의장이 경기 부양을 위한 ‘3차 양적 완화’를 암시조차 하지 않자 월가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버냉키가 과거 프린스턴대 교수일 때 한 말과 지금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버냉키는 교수 시절 경기 침체 시기에 Fed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도 경기부양과 관련해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 다만, 통상 하루만 하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이틀에 걸쳐 하겠다고 했다. 다음달에는 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FOMC는 미국의 통화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다.

 버냉키가 연설을 하는 동안 미 상무부는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애초 내놨던 1.3%에서 1%로 수정 발표했다. 상무부는 지난달 1분기 성장률을 1.9%에서 0.4%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로써 올 상반기에 미국 경제는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버냉키도 이날 연설에서 “애초 Fed가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의 위기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부채 협상과 유럽 재정위기도 기업과 가계의 투자·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버냉키는 여전히 낙관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국 경제는 지난 3년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성장잠재력을 잃지 않았다”며 “가계의 부채조정도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리비아 내전이 끝남에 따라 원유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 역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버냉키는 이런 이유로 당장 Fed가 3차 양적 완화 정책(QE3)과 같은 부양책을 빼 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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