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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동상 목 잘리고 ‘카스트로 황금총’ 탈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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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3일(현지시간) 리비아 시민군이 무아마르 카다피가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 권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총은 트리폴리에 있는 카다피의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에 진입한 시민군이 카다피 관저에서 획득했다. [뉴욕타임스 본사 특약]


“42년 동안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던 ‘카다피의 펜타곤’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69)의 요새 바브 알아지지야(Bab al-Aziziya)가 시민군에 함락된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긴박했던 역사적 순간을 앞다퉈 전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AP통신 등은 시민군이 카다피군과 5시간 동안 교전한 끝에 바브 알아지지야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자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에서 “시민군이 바브 알아지지야의 서쪽 출입구 쪽으로 진입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내 요새 안에서 시민군의 축포 소리가 들리더니 오후 4시30분쯤 요새는 이미 수백 명의 시민군으로 북적였다. 오후 5시10분엔 시민군을 따라 요새로 들어간 지역 방송에서 한 시민군이 기뻐하며 금빛 카다피 동상에서 떼어낸 머리를 높이 치켜드는 장면을 내보냈다.

 요새에 진입한 시민군은 카다피군이 버리고 간 무기 등을 약탈했고 카다피가 아끼던 각종 상징물에 모욕을 가했다. 1986년 미군의 리비아 공습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카다피가 미군기를 움켜쥔 주먹 모양으로 세운 조형물에 페인트를 뿌리고 기관총을 쏴댔다. 카다피 관저에서 나온 황금소총·권총도 시민군 손에 들어갔다. 카다피가 지지자들 앞에 등장할 때 애용하던 골프 카트도 시민군 차지가 됐다. 관저 침실에서 들고 나온 카다피의 군모를 머리에 쓰고 외신 카메라 앞에 등장한 시민군도 있었다.

특히 동상에서 ‘참수’된 카다피의 머리는 축구공처럼 바닥을 굴러다니며 시민군의 발길질 세례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이 장면을 2003년 4월 바그다드 파르두스 광장과 비교하며 집중 보도했다. 당시 바그다드가 미군에 함락되자 수백 명의 이라크인이 광장에 서 있던 사담 후세인의 거대한 동상을 쓰러뜨렸고, 일부는 머리를 떼어내 끌고 다니거나 발길질을 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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