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여성 CEO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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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이른바 ‘신경영 선언’을 하며 “10만 명을 먹여살릴 1명의 천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던 이건희(69·얼굴)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나와야 한다”며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한, 그룹 여성 임원들과의 점심 식사에서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여성이 임원으로 끝나면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칠 수 없으니 사장까지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이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여성 사장의 탄생과 여성 임원들의 대거 승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큰딸인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사장을 빼고는 지금까지 여성 사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 또 그룹 전체 1760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은 1.9%인 34명에 불과하다.

 이날 오찬에는 제일기획 최인아 부사장, 삼성전자 심수옥·이영희 전무와 조은정 상무, 삼성SDI 김유미 전무, 삼성SDS 윤심 상무, 삼성증권 이재경 상무 등 여성 임원 7명이 참석했다. 이부진 사장과 이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여성 임원들은 직장 생활의 고충을 이 회장에게 털어놨다. “출산·육아 휴가가 불이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회사와 동료들이 잘 이해하고 도와줬으면 한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일 때문에 남편과 싸운 얘기까지 했다.

 이 회장은 참석한 여성 임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한 뒤 “공통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어려움을 유연하게 잘 이겨냈다는 것이 느껴지고, 역시 유연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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