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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값 폭등 올핸 없을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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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찬옥 팀장이 평창군 진부면 고랭지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같은 배추 값 폭등은 없을 겁니다.” 농협중앙회 채소사업소 이찬옥(46)팀장은 “올해 잦은 비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배추 값이 다소 비싸지만 고랭지 배추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출하되고 있어 추석을 앞두고 더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농협의 채소 수급조절 실무자다. 1993년 농협 횡성군지부에 첫 발령을 받은 그는 96년 채소사업소의 전신인 농협 강원지역본부 소속의 고랭지채소사업소에 배치됐다. 2000년 농협 원주시지부로 옮겼다가 1년 만에 이 사업소에 복귀해 현재까지 고랭지 및 일반 채소를 담당하고 있다.

 강원도 고랭지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고랭지 배추는 약 30만t. 이 가운데 2만t 정도를 그의 팀이 직접 출하하고 있다. 산지 농협이 6만t 정도를 계약 재배하고, 나머지 22만t 정도를 중간상이나 농민이 처리하고 있다. 이 팀장은 “적은 것 같지만 2만t이면 330만㎡의 밭에 해당하는 물량”이라며 “생물인 채소 특성상 이 정도로도 배추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한때 배추 1 포기 소매가가 1만원을 넘어서면서 이 팀장은 고랭지 이외에 전국 배추 산지를 누볐다. 고랭지 채소 출하가 끝난 후 충남 당진, 홍성을 비롯해 김장배추 산지인 전북 고창, 전남 무안 등에 이어 겨울에는 월동 배추가 출하되는 해남의 밭도 찾았다. 배추 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임무 때문이었다.

 올해도 이 팀장은 고랭지 및 준고랭지 채소 출하가 끝나는 10월 중순 이후에는 전국의 배추밭을 찾아야 한다. 기존 강원도에만 있던 고랭지채소사업소가 올해부터 농협중앙회 소속 채소사업소로 바뀌면서 1년 내내 전국의 배추, 무 수급상황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계약 재배 위주에서 올해부터 중간상인처럼 어린 배추를 사들여 관리하고 직접 출하까지 하도록 업무 성격도 바뀌었다. 배추 값이 쌀 때 사들여 저장했다가 비쌀 때 출하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올해 채소사업소가 처리하는 배추 물량은 전국적으로 9만t에 달한다. 5t 트럭 1만6000대 분이다.

 업무지역이 확대되고 성격이 바뀌면서 몸은 더 바빠졌다. 배추를 출하하는 날에는 새벽부터 밭에 나가 인부를 지휘해 작업을 해야 한다.

  이 팀장은 “면적이 한정된 고랭지 배추는 기후에 따라 가격의 변동 폭이 크지만 다른 지역은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다”며 “재배 면적만 잘 조절하면 폭락과 폭등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찬호 기자

◆2010년 배추값 폭등=지난해 9월 말과 10월 초 상품 1포기 소매가는 1만1000원 정도로 ‘금배추’라 불렀다. 봄 배추 재배가 크게 늘어 올해 5, 6월에는 1포기에 700원 대로 폭락했다. 생산비도 안 되자 일부 농민은 밭에서 배추를 갈아 엎었다. 그러던 것이 7, 8월 잦은 비로 작황이 좋지 않아 최근 상품 1포기에 5000원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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