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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증시에 리비아발 훈풍 … 건설주 급등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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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우울하던 세계 증시에 리비아발 훈풍이 불었다. 2월에 발생한 내전사태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23일 코스피는 전날에 비해 65.98포인트(3.86%) 오른 1776.68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13.85포인트(2.97%) 상승한 479.75를 기록했다. 일본과 중국도 1~2% 상승했다. 전날 뉴욕과 유럽 증시도 소요사태 진정이라는 리비아발 호재에 상승으로 화답했다.

 시장이 반색하는 것은 리비아의 원유 때문이다. 지난 2월 소요사태에 휘말린 뒤 160만 배럴에 달하던 하루 평균 생산량은 6만 배럴로 뚝 떨어졌다. 특히 유황 성분이 적은 고품질의 리비아산 원유 생산량이 급감하자 대체재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날개를 달았다. 리비아발 충격이 유가 고공 행진의 시발점이었던 셈이다.


 시장은 이제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 재개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는 것이다. 업종별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국내 시장의 침체로 고난의 시기를 보냈던 건설업종은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23일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주가가 9%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주요 건설사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연구원은 “리비아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재건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수주 실적이나 수주 잔액 등을 살펴볼 때 리비아 시장이 정상화되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정유·화학업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고유황유’인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의 공급이 늘면서 화학업체의 정제 마진은 급증했다. 하지만 리비아가 산유량을 늘리면 정제 마진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큰 그림으로 보면 리비아의 산유량 회복이 국제 유가 하락을 이끌며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를 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더블딥 위기에 직면해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가의 하향 안정은 세계 경기에 긍정적인 뉴스”라고 평가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는 등 물가 부담이 줄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운신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 하락 후 3차 양적완화를 쓰겠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세계 증시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국가 중에서는 이탈리아가 가장 큰 호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2009년 5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는 등 이탈리아는 리비아와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만큼 리비아 사태 해결로 이탈리아 기업의 불안감이 해소되는 한편 재건 활동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정유업체인 에니는 리비아의 가장 큰 외국인 투자자이고 리비아 국부펀드는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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