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을 알아야 주식시장에서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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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장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기관들이나 외국인들은 프로그램매매를 통한 수익 확보에 온통 혈안이 돼 있다.
99년 7월 이후 박스권 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도 같은 모습이다. 이같은 장세에서 종합주가지수의 방향을 잡기 어렵다 보니 기관들이나 외국인들도 프로그램매매를 통한 수익확보에 혈안이다. 또한 최근 주식매매를 통해 수익내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선물옵션 시장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프로그램매매에 대한 개념과 장세흐름과의 관계를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프로그램매매(Program Trading)란 포트폴리오의 매매를 집행하기 위한 거래기법으로, 컴퓨터가 거래기회를 포착해 매매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과정과 행위를 말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증권거래법상 모든 ‘지수차익거래’와 KOSPI200 구성종목 중 15종목 이상으로 구성된 현물 포트폴리오(Index Portfolio)를 일시에 매매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쉽게 이해하자면, 15종목 이상의 주식을 일시에 사거나 파는 행위가 바로 프로그램매매다.

프로그램매매 중 선물거래를 동시에 수반하는 거래를 차익거래라 하고, 선물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거래를 비차익거래라 한다.

프로그램매매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것이 차익거래냐 비차익거래냐에 따라 달라진다. 차익거래는 이론선물가격이 KOSPI200지수와 차이가 나 두 시장이 불균형을 이룰 때 나타나는 거래다. 이론선물가격이 고평가되면 선물을 매도하고, 동시에 현물은 15종목 이상을 매수한다. 또한 저평가된 때에는 매도한 선물을 다시 매수하고 동시에 매수해 놓은 현물은 다시 시장에 팔아 그 차익을 실현한다.

그러므로 프로그램매매잔고 중 차익거래잔고에 해당하는 금액은 항상 대기매물이거나 대기매수에 해당한는 금액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선물시장과 주식시장의 관계와 상관없이 지수등락에 따른 전체 보유 포트폴리오의 규모를 줄이거나 늘리는 행위가 바로 프로그램매매 중 비차익거래이다.

예를 들어 전체 프로그램매매 잔고가 1조원이고 그중 차익거래에 의한 잔고가 6천억원, 비차익거래에 의한 잔고가 4천억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차익거래 잔고 중 매도차익거래(선물매수, 현물매도)에 의한 잔고는 없고 6천억원이 모두 매수차익거래(선물매도, 현물매수)에 의한 잔고라고 하자. 그러면 6천억원이라는 잔고는 최근 월물 선물 만기일이 가까워 오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대기매물이 된다. 최근 월물 선물 만기일에 나오지 않고 다음 월물로 현물매도가 연기되는 롤오버가 나타나더라도, 언젠가는 시장에 반드시 매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는 대기매물로 봐야 한다.

프로그램매매에 의한 주문시 일반거래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게 이점. 다량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이나 외국인의 경우 주식을 한 종목씩 거래하는 것보다 이렇게 바스켓으로 묶어 일시에 거래하는 것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관리나 차익거래 실시 및 비용절감에 유리하다. 이것은 프로그램매매에 의한 거래비중이 점차 늘고 있어서다.

프로그램매매 잔고와 장세흐름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IMF 이전 6개월간 프로그램매매 중 차익거래, 그중 매도 차익거래에 의한 현물매도가 시장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이 현상은 97년 12월 선물결제일까지 이어졌다. 12월물 결제와 더불어 수천억원의 매도 차익거래잔고는 차익실현을 위한 현물매수로 탈바꿈했다. 이후 지수는 바닥을 쳤고 또한 헤지펀드의 대량 주식매수에 힘입어 98년 2월까지의 폭발적인 상승장이 연출됐다.

98년 4월부터 7월까지 다시 KOSPI200대비 이론선물지수는 큰폭으로 저평가돼 97년 가을과 같은 매도차익거래에 의한 침체장이 9월까지 계속 이어졌다. 98년 9월물 선물결제일과 더불어 차익매도물량이 해소되면서 장은 다시 바닥을 탈출, 98년 12월까지 지수는 금융장세와 더불어 다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아직도 많은 투자자들은 기억하고 있는 대목이다.

결국 선물시장의 장기간 저평가가 끝나는 시점이 바로 장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전환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선물시장의 장기간 고평가가 끝나가는 시점이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가올 조정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시기마다 선물시장이 주식시장에 주는 교훈이다.

정한신 선물투자전문가 ourzang@hotmail.com. / 이코노미스트 제532호 200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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