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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판금리 … VIP금리 … 우대 대출도 속속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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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사업자금을 빌리려던 자영업자 김모(39)씨는 지난주 거래하던 은행 두 곳에서 잇따라 퇴짜를 맞았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아예 신청부터 안 된다고들 했다. 김씨는 할 수 없이 거래가 없던 외국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동안의 거래실적을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예상했던 금리보다 0.75%포인트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빌리기도 어려워졌지만 금리 부담도 커졌다”는 게 김씨의 푸념이다.

 가계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지면서 고객들의 체감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됐다. 은행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던 특판 대출이나 지점장 전결금리 등이 사라질 판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주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논의한 부장급 실무자 회의에서 “대출 경쟁을 위해 관행적으로 해주던 우대금리를 없애자”는 논의를 했다. 저금리가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고객들이 빚에 둔감해진 게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 참석자는 “고객의 반발을 우려해 공식화하지 않기로 했지만 시장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그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외형 확대 경쟁이 차단돼 소비자들의 ‘금리 쇼핑’이 어려워지면 은행들이 굳이 미끼금리를 먼저 내세울 필요가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은 현재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나 월급 자동이체 여부 등을 통해 고객들의 기여도를 평가한 뒤 대출금리를 일부 깎아주고 있다. VIP 대우를 받는 고객이 지점장 전결금리 할인까지 받으면 보통 0.5%포인트에서 많게는 1%포인트까지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 영업 경쟁에서 밀리는 은행들은 아예 특판 대출을 내세워 불특정 다수 고객을 끌어오기도 했다.

 일부 은행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농협은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내놓았던 특판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기업은행 등 가계대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은행도 다른 은행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대환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우리은행 등도 신규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적용을 되도록이면 해주지 않기로 했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고객의 금리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캐피탈사는 연 10%대 중후반, 카드사는 20%대의 고금리가 일반적이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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