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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 눈물, 큰절하고 무릎 꿇고 … 오세훈 ‘투표율 33.3%’ 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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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무릎을 꿇고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21일 “8·24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여섯 번이나 울먹였다. 기자회견 말미에 큰절을 한 뒤에는 무릎을 꿇기도 했다. 마지막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절절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12일에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그는 이날 시장직까지 걸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모든 것을 내던졌다. 승리 아니면 패배, 재신임 아니면 중도사퇴다. 오 시장에게 중간은 없다.

 그는 지난해 6월 10일 이렇게 말했다. “시장 임기를 꽉 채울 겁니다. 2014년쯤 (퇴임할 때) 서울시를 이 정도 반열까지 올렸다는 얘길 듣고 싶거든요.” 당시 오 시장은 첫 재선 민선시장이 됐다는 감격에 겨워 있었다. 그는 시장직 완주를 다짐했다.

 하지만 그가 이 약속을 지키기 힘들어졌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 시장 정치 인생의 최대 분수령이 됐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승부수를 던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적잖이 흔들렸다. “시장직 걸지 말라”는 한나라당의 만류 때문이었다. 토요일인 20일에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나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오 시장은 끝까지 고민했다. 21일 오전 6시45분 그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결심을 굳혔다. 그는 홍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해 달라”는 말을 전했다. 오 시장은 처음에는 한나라당을 믿었다. 버팀목이 돼줄 거라 생각했다. ‘대선 불출마 카드’로 친박근혜계에 구애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왜 당이 오 시장을 도와야 되느냐”고 따졌다. “홍 대표도 만류는 했지만, 오 시장 입장보다는 보궐선거에 따른 ‘당권 흔들기’를 우려했다”(오 시장 측 핵심 관계자)고 봤다.

 오 시장은 그래서 시장직을 던진다는 최후통첩 카드를 선택했다. 그는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기영합주의의 ‘빠른 복지’가 아닌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바른 복지’시대로 나아갔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 때문입니다.”

그의 이날 회견은 이런 절박한 심정을 앞세워 “이래도 안 도울 테냐”는 당과 보수진영을 향한 호소이자 압박이다. 시장직을 내놓음으로써 내년 총선·대선지형에 변화가 생기는 걸 원치 않거든 모두 팔을 걷어붙여 달라는 선언이다. 오 시장이 이날 회견에서 “(당의 뜻을 저버렸지만) 총력전을 펴줄 거라 믿는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다. 오 시장 측은 “시장직을 걸면 5%포인트 정도 투표율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일, 그것도 야권의 거부운동 속에 치러지는 투표에서 유효 투표율 33.3%를 넘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1020 전략’도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대개 아침 일찍 투표소에 나온다. ‘오전 장사’가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중장년층 위주의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인터넷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실시간 투표 독려를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결국 오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오전 투표율이 치솟으면 야권 성향 유권자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33.3%를 넘길지 모른다’는 우려에 투표소로 나설 것으로 본다. 이런 전략이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 통계가 말해 준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오전 11시까지 서울지역 투표율은 17.5%였다. 2007년 대선은 조금 높은 18.9%였다. 평일 서울지역에서만 치러졌다는 점에서 이번 주민투표와 유사한 2008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은 5.1%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은 오시장의 발표에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 시장의) 기자회견은 무상급식을 극한의 정치투쟁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정략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영선·양원보 기자

◆1020 전략=한나라당 서울시당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전략이다. 투표 당일인 24일 오전 10시까지 투표율 20%를 기록하도록 당의 모든 조직과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보수진영을 결집하고 진보진영의 위기감을 불러 유효투표율 33.3%를 넘기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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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서울시 시장

196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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