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서광 오바마, 소설책 4권 들고 휴가 간 뜻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딸 말리아(오른쪽), 사샤와 함께 유명 서점 ‘번치 오브 그레이프스’에서 책을 산 뒤 걸어나오고 있다. [마서스 비니어드 로이터=뉴시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50) 미국 대통령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여름휴가 때면 그가 휴가지에서 무슨 책을 읽을지를 놓고 미 언론들의 취재 경쟁이 벌어질 정도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19일부터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휴양지인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열흘간의 휴가에 들어간 오바마 대통령의 도서목록이 20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휴가지의 풀 기자단에 의해 취재되고 백악관 측이 확인한 도서 목록은 소설 4권, 비소설 1권 등 모두 5권이었다.

 우선 워싱턴에서 가져간 책이 3권이었다.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소설인 『땅끝까지(To the End of the Land)』, 머리가 한데 붙은 채 태어난 에티오피아 샴쌍둥이의 미국 여행을 그린 에이브러험 베르게즈의 소설 『커팅 포 스톤(Cutting for Stone)』, 미국 흑인들이 남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과정을 담은 이사벨 윌커슨의 역사서 『다른 태양의 따뜻함(The Warmth of Other Suns)』이었다.

이 중 『땅끝까지』는 전장에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이 자신에게 전달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한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이스라엘의 땅 끝을 누빈다는 모성애를 그린 소설이다.

 오바마가 취임한 뒤 올해까지 3년 연속 여름휴가지로 찾은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는 ‘번치 오브 그레이프스(Bunch of Grapes)’라는 서점이 있다. 해마다 휴가 중에 오바마가 두 딸 말리아(13)·사샤(10)와 함께 들러 책을 사는 바람에 유명해진 곳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오바마가 19일 서점을 찾았다. 딸들에게 영국 소설가 A.L 헉슬리의 미래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엠마 도노휴의 『룸(Room)』 등을 사 준 오바마는 자신이 읽을 책 두 권도 골랐다. 대니얼 우드렐의 추리소설 『더 바이유 3부작(The Bayou Trilogy)』과 워드 저스트의 성장소설 『로딘의 데뷔(Rodin’s Debutante)』였다.

결과적으로 휴가기간 중 오바마가 읽을 책 다섯 권은 모두가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2009년에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다룬 토머스 프리드먼의 『뜨겁고 평평하고 북적대고(Hot, Flat and Crowded)』, 지난해에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폴 하딩의 『팅커스(Tinkers)』 등이 목록에 들어있었다.

 미 언론들은 “미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 그리고 워싱턴 정치와의 불협화음에 지친 대통령이 가벼운 소설들을 고른 것 같다”고 평했다.

반면 주인공이 시카고 남부 빈민가로 이주하고 나서 정치적으로 각성하는 과정을 그린 『로딘의 데뷔』가 오바마의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대통령의 각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오바마는 휴가 이튿날인 20일 라디오 인터넷으로 중계된 주례연설에서 “워싱턴 정치인들은 당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