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몬, 74년 미국 진출 ... 46개국서 290만 명 교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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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호 14면

‘일본 교육기업들이 중국 진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 6월 7일자 석간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1면 머리기사다. 야마하·베네세와 같은 일본 교육기업들의 해외진출 사례를 소개한 기사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청소년·아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일본 국내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데 대한 교육기업들의 대응을 다뤘다. 도쿄의 야노(矢野)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일본의 입시학원 시장 규모는 9000억 엔으로 5년 전에 비해 7% 줄었다.

일본의 교육기업들

일본의 출산율은 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0년엔 1.2명으로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장기불황으로 교육비 지출도 늘지 않았다. 이게 교육기업들엔 큰 충격을 줬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의 교육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구몬이다. 산수와 외국어 학습지로 유명한 구몬은 74년 미국 뉴욕에 최초의 해외 산수교실을 열었다. 이후 꾸준히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 지난해까지 독일·브라질·호주·싱가포르 등 총 46개국에 진출했다. 전 세계 8100개의 구몬 교실에서 모두 288만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현지화에도 성공해 미국 앨라배마주의 한 초등학교는 구몬식 산수를 정식과목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또 스위스 레잔에는 아예 ‘구몬 학교’가 생겼다.

구몬의 성공 이후 일본 교육기업들의 해외진출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으로 앞다퉈 나가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교육열도 높아 교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학력사회인 중국에선 원래 교육열이 높다. 여기에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정부의 1가정 1자녀 정책으로 자녀 수가 제한되다 보니 부모의 교육열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딱 한 명뿐인 자녀에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는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이 많다는 거다.

유아용 통신교재를 주로 취급하는 베네세 홀딩스는 현재 중국·대만·한국에 진출해 있다. 89년 대만에서 시작해 2006년부터는 한국·중국에서 연령별 가정학습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특히 호응이 좋아 서비스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회원 수가 40%나 늘었다. 2007년 4월 5만 명이었던 회원 수가 현재는 34만 명에 달한다. 중국·한국·대만 회원 수를 모두 합치면 65만 명 이상이다.

베네세의 성공요인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현지 파트너인 중국복리회출판사와 손잡고 1년6개월간 중국인을 위한 맞춤교재를 공동 개발했다. 중국 어린이의 발달단계를 치밀하게 연구해 학습 내용에 중국의 문화와 생활관습을 녹여낸 것이다. 이게 먹혀 들어 2010년 10월 시작한 초등학생 1학년 대상의 강좌는 처음부터 2만2000명의 회원을 유치했다. 베네세는 영업거점을 상하이·베이징으로도 확대해 5년 후엔 중국 회원 수를 100만 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음악교육에 특화한 야마하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17개의 음악교실을 열고 있다. 일본식 교육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학생 수가 1700명 증가해 5200명에 이르렀다. 향후 2년간 교실 수를 40개로 늘리고 학생 수도 1만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음악교실은 야마하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야마하 악기의 중국 내 판매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밖에 입시학원 체인 운영회사인 나가세는 중국에서 영어회화 교실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또 갓켄홀딩스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과학 실험과 산수를 가르치는 교실을 운영 중이다. 에이코(<6804>光)도 베트남에서 일본어와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어학교실을 개설했다. 닛케이는 “일본 교육기업들에 중국은 국내를 대신할 성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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