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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과 경쟁 시도 계속 늘 것 올림픽·패럴림픽 통합은 대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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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호 06면

“세계는 소수자의 사회참여 확대와 함께 발전해 왔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한민규(51·사진) 한국체육대학교 특수체육교육과 교수는 장애인의 올림픽 참여 기회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 교수는 “고대 올림픽은 기득권 남성들만의 행사였다. 근대화 이후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과 노예가 올림픽에 참여했다. 이는 시대의 인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다”고 말했다.

장애인스포츠 전문가 한민규 교수

그는 현대 사회 소수자로 장애인을 꼽았다. 한 교수는 “올림픽은 인종·국가·이념을 초월해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을 지향한다”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이 필수적이다. 장애인의 참여 증진과 확대를 통해 올림픽을 인류가 함께 즐기는 행사로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겨룰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 체육이 엘리트화하면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경쟁하려는 시도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피스토리우스처럼 실력이 있는 선수라면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보철 의족이나 장애를 보완하는 장비를 두고 ‘역차별’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직까지도 신체적 불리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장애인스포츠계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 교수는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을 구분 지으려는 시선을 아쉬워했다. 대표적인 예가 두 대회의 통합 건이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2000년 시드니협약을 통해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의 동반 개최 및 통합 조직위원회 운영을 명문화했다”면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및 장애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IOC와 IPC가 협약을 체결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힘을 합쳤다. 이후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겨울올림픽과 겨울 장애인올림픽은 통합 운영돼 왔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패럴림픽’과 ‘올림픽’을 구별 짓는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 같은 국제대회 개최에만 급급하다”면서 “장애인올림픽과의 통합 운영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상에서부터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교수는 “서구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들이 한곳에서 훈련하는 게 자연스럽다. 2000년 시드니 협약의 ‘통합’ 가치를 일상에서 구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어느 한쪽을 가로막으면 사회는 갈등을 겪는다. 스포츠는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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