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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미국 대학야구 강타자, UC버클리 외야수 대니 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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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여섯 살 때 동네 YMCA에서 야구를 만났다. 공을 티(tee) 위에 올려놓고 치는 티볼의 재미에 흠뻑 빠졌다. 열한 살 때까지는 테니스를 더 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열두 살 때부터 야구에 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한 우물을 팠다. 마음속에선 꿈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바로 ‘메이저리거’다. UC 버클리 외야수로 활약 중인 한인 2세 대니 오(21)의 야구 이야기다.

LA중앙일보=박상우 기자

‘27승0패’ 신화 주역

●고교 때부터 간판 스타였는데.

 “워싱턴주 헨리 M 잭슨 고등학교에서 뛸 때 타율 4할대는 기본이었어요. 5할을 넘긴 시즌도 있었죠. 2006년에 우리 팀은 27전 전승으로 워싱턴주 챔피언 자리까지 올랐지요. 당시 거의 모든 타격상을 제가 차지했습니다.”

●대학들의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졌겠네요.

 “주니어 시절부터 수백 개 학교에서 리크루팅 편지가 왔어요. 큰 쓰레기 봉투 세 장에 가득 찼을 정도였지요. 그중에서 애리조나, 오리건 스테이트, 페퍼다인, UC버클리를 놓고 고민하다 버클리로 최종 결정했어요. 학문과 야구에서 명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팀 해체 위기와 슬럼프

●대학 때 성적도 좋았나요.

 “1학년 때부터 팀의 주전 외야수로 뛰면서 타율 3할 이상을 때려냈어요. 50게임에 출전해 홈런도 7개와 35타점을 올렸지요. 2학년 때도 54게임에 출전해 2할9푼4리의 타율에 30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스탠퍼드, USC, 애리조나 등 명문 야구팀이 즐비한 ‘팩텐 콘퍼런스(Pac-10 Conference·미 서부 태평양 연안 10개 대학 스포츠연맹)’에서 이 정도 성적이면 수준급이다. ‘All-Pac-10’ 올스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진출도 점점 가시화됐다.

●그런데 위기가 있었지요.

 “네, 2010년 10월 학교 측이 예산 부족으로 다음 시즌부터 야구팀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알려왔어요. 그야말로 청천벽력인 팀 해체 통보였지요. 동료 선수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지요. 하지만 곧바로 동문과 팬들을 중심으로 야구팀 살리기 캠페인이 벌어졌어요. 4개월 만에 1000만 달러가 모였습니다. 극적으로 버클리 야구팀은 기사회생할 수 있었지요.”

●성원에 보답했나요.

 “지난 6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칼리지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지요. 1992년 이후 20년 만의 쾌거였어요. 기적이나 다름없었지요.”

●그때 맹활약했겠네요.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했어요. 팀 해체 위기 때 충격을 받아선지 지난 시즌 제 개인 성적은 형편없었어요. 타율 2할9리에 홈런은 고작 한 개에 불과했죠. 처음 50타석 때까지 감독님이 꾸준히 기용해 주셨지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이후에는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갔어요. 하지만 팀이 모든 대학 야구선수의 꿈인 칼리지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만큼 값진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은 삶의 멘토

●첫 슬럼프인데 힘들지 않나요.

 “힘들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삶의 버팀목’인 부모님이 있기 때문이지요. 부모님은 저의 인생 멘토이자 진정한 팬입니다. 어린 시절 자식들을 위해 항상 열심히 일하고 희생하는 부모님의 모습 속에서 삶의 교훈을 얻었어요. ‘하드 워킹(hard working)’이 제 몸에 그대로 배어 있는 것도 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부모님은 야구장 밖에서도 항상 값진 조언을 아끼지 않는 나의 영웅이세요.”

내일은 메이저리거

●마지막 4학년 시즌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겠어요.

 “칼리지 월드 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하루 7시간 이상 훈련을 하고 있어요. 우승과 함께 화려하게 재기하고 싶어요.”

●메이저리그에도 진출해야죠.

 “물론입니다.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저의 잠재력을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신장 1m83㎝에 몸무게 89㎏인 대니는 왼손잡이로 좌익수와 우익수를 번갈아 맡는다.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송구 능력이 강점이다. 발도 빨라 주루 능력이 탁월하고 공을 맞히는 능력도 뛰어나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와 닮은꼴이다.

●추신수 선수와 비슷한데.

 “추신수 선배님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TV를 통해 경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또 리틀리그 시절 텍사스에서 박찬호 선배님을 직접 만나 행복해했던 기억도 갖고 있습니다.”

●그 밖에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요.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시 해밀턴을 존경해요. 메이저리그 유망주였던 해밀턴은 교통사고 부상으로 절망에 빠져 마약과 술에 중독됐다 극적으로 재기해 메이저리그 MVP에 오른 인간 승리 스타지요.”

●지금 생각하는 최고의 순간은.

 “드래프트에서 메이저리그 팀에 지명되는 순간이지요.”

●한국 야구에 대해서도 아나.

 “한국 프로야구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인기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 무대에서도 뛰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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