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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번째, 아시아선 처음입니다” 모자 박물관 세운 ‘모자박사’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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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내 패션모자 디자이너 1호인 셜리 천(왼쪽)이 파티용 모자를 들고 남편 조현종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자 전문 박물관은 아시아에선 처음, 전 세계를 통틀어 5번째입니다. 방문객들이 아름다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치는 환상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도심의 전통한옥촌으로 널리 알려진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박물관 ‘루이엘’을 운영하는 셜리 천(47)씨와 남편 조현종(47)씨. 이들 부부는 서울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7월 고향인 전주에 박물관을 차렸다.

 모자박물관은 1~3층에 연면적 1500㎡ 규모로 전 세계의 모자 300여 점을 장르별,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다. 쌍영총·무용총 등 고분벽화에 나오는 관모류를 비롯해 말총모자·갓 등 희귀한 전통모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100년 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쓰던 보호구, 1920~40년대 신문배달 소년을 상징하던 ‘뉴스보이 캡’도 감상할 수 있다. 오드리 헵번·그레타 가르보 등 배우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너비 등 명사들의 모자 쓴 사진도 눈길을 모은다.

 이들은 주변에서 ‘모자박사 부부’로 통한다. 부인인 셜리 천은 국내 패션모자 전문 디자이너 1호다. 그녀는 80년대 후반 불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모자와 인연을 맺었다. “친구를 따라간 파리 시내의 한 학원에서 모자를 만났죠. 어린시절부터 손으로 직접 만들고 꾸미는 것을 좋아했어요. 헌데 이역만리서 평소 꿈꾸던 동경·환상을 모자로 형상화해내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

 그녀는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파리의 CMT모자학교를 졸업했다. 1993년 귀국해 야구·농구 등 스포츠 모자가 판을 치던 국내에 고급 패션모자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디자인한 모자 만을 찾는 가수·영화배우 등 VIP고객이 국내에만 2000여 명 된다고 한다.

 남편 조씨는 모자의 명품화 전략과 홍보·마케팅 연구로 2009년 모자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들 부부는 10여 년 전부터 ‘루이엘’(luielle·프랑스어로 ‘그와 그녀’) 브랜드를 단 모자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유명 백화점 등 국내·외 40여 곳에 매장이 있다.

전주=글·사진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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